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3기 신도시 건설 예정지인 고양 창릉지구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추가역 신설 등을 담은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GTX-A노선 고양시 구간 정차역은 대곡역, 킨텍스역 등 2곳이었다. 그러나 이번 창릉역 신설 확정으로 정차역은 3곳으로 늘었다.
창릉역 신설에는 1650억원이 투입되며 완공될 경우 인근 지역의 열악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통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GTX-A노선 창릉역 설치로 광역교통 편의가 기대되면서 창릉지구, 원흥지구 등 덕양구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또 대곡역 복합환승센터 설립도 예정돼 있는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대곡역세권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1기 신도시인 고양 일산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창릉지구에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에 GTX 역세권 프리미엄까지 붙어 일산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양시, GTX-A노선 창릉역 신설 환영
고양 창릉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 핵심은 GTX-A노선 창릉역 신설과 고양~서울 은평 간 도시철도 고양선 건설이다.
GTX 창릉역 신설로 서울역 방면 통행시간은 40분에서 10분으로, 여의도 방면은 50분에서 25분으로 각각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흥·화정·지축 등 주변 신도시의 도로교통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GTX 창릉역 신설이 확정되면서 고양선(새절역~고양시청역) 노선에도 일부 변화가 생겼다.
고양선은 당초 사업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GTX-A노선 대곡역과 연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창릉역 신설로 고양선은 대곡을 거치지 않고 GTX 창릉역, 3호선 화정역과 환승한 뒤 고양시청으로 향한다.
고양선은 서울 은평 새절역에서 서부선과 직결되고 지하철 6호선과 환승, 고양시청역에서 교외선 환승, 트램 환승이 가능하다.
고양시는 이번 국토부 발표에 환영하는 입장이면서도 고양선 식사연장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앞서 고양시는 관내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수십 차례 협의를 벌여왔다.
인구 증가로 인해 중앙로를 비롯한 고양대로 등은 교통 혼잡도가 높아져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철도망 확충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고양선 식사연장 필요성과 당위성을 적극 밝히며 요청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3기 신도시에 대한 어떠한 협조도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때문에 국토부의 창릉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 발표에 이목이 집중됐고, 결국 고양시 입장이 대부분 반영됐다.
국토부는 철도분야 5곳 대중교통분야 4곳, 도로사업 7곳 등 총 16개 사업에 2조25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고양시는 이를 통해 고양선, GTX, 교외선 등과 환승할 수 있도록 해 서울 강남과 강북, 의정부, 소사 등 광역철도망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서울도심까지 30분 이내 이동 가능한 철도망 구축과 기존·신규 개발지구의 대중교통 수요충족을 위한 환승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권역 등 접근성 강화를 위한 도로망도 확충할 것”이라며 “신도시와 기존 도심지 등 관내 교통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사업절차와 추진과정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대곡역 복합환승센터 오는 6월 고시 예정
GTX-A노선 고양시 정차역 중에 하나인 덕양구 대곡역은 12만㎡ 규모의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곳은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나고 있고, 대곡소사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GTX-A노선까지 개통되면 4개 철도 노선이 지나는 교통허브로 탈바꿈이 기대된다.
이와 별개로 고양시는 대장동 일대 179만㎡에 첨단지식산업, 주거, 상업, 업무, 물류 등이 들어서는 대곡역세권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월 대곡역 복합환승센터 조성을 위해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1~2025년)에 반영해 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오는 6월 고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대곡역 복합환승센터 추진을 위해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라며 “고시 이후에 민간개발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합환승센터 완공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GTX 대곡역 개통과 함께 완공되면 좋겠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대곡역세권개발과 함께 추진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곡역세권개발은 고양도시관리공사에서 추진 중이다. 현재 새로운 공동사업시행자를 물색하기 위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공동사업시행자였던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기준에 미달되자 공동사업자 지위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고양도시관리공사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자와 함께 계획을 조정해야 하는 만큼 기존 대곡역세권개발 계획에는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 명확하게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대곡역 복합환승센터 설립이 반영된다면 대곡역세권사업 추진은 급물살을 탄다.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에서 철도 4개 노선이 지나는 교통 허브 설립 계획이 수립되면 기존 개발계획과 함께 새로운 경제 거점으로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편리한 교통수단 연계는 첨단지식산업, 물류 등 기업 유치로 이어져 자족 기능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기 신도시 지정에 GTX 정차역까지… 일산 주민들 '부글부글’
고양시 교통망 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기 신도시에 예정에 없던 GTX-A 정차역까지 생기면 인근 일산 일대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GTX-A 정차역이 중심부에 들어서는 창릉신도시와 달리 일산은 킨텍스 인근에 위치해 있어 인근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가 KTX행신역이다. 행신역 인근 주민들은 이용이 편리하다. 반면 일산 주민들은 이동수단, 차량정체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서울역을 이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일산 마두역 인근에 사는 A씨는 “고양시에서 KTX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접근성을 따져보면 서울역을 이용하는 것과 시간이 비슷하다”며 “서울역은 노선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지정으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창릉지구에 광역철도까지 들어선다는 소식에 일산 주민들은 집값 하락은 필연적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앞서 2019년 5월 정부가 창릉지구를 포함한 3기 신도시 조성계획을 추가 발표하자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2기 신도시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까지 들어서는 것은 기존 신도시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일산서구 탄현·중산·일산동 주민 모인인 ‘탄중일 주민 대책위’는 주민 1000명의 서명을 받아 창릉역 반대 탄원서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전달했다. 이 의원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를 이어 받았다.
대책위는 “창릉역이 GTX-A노선에 추가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정차역 추가를 요구할 수 있고 2023년말 개통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동시간도 늘어나 본연의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GTX-A노선은 파주·일산 주민들의 서울중심업무지구 출퇴근 불편 등을 덜기 위해 계획된 광역 교통망 개선사업”이라면서 “서울과 맞닿아 있는 창릉지구에 천문학적 혈세를 들여 정차역을 굳이 추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곡역을 중심으로 한 교통망 확충 등 1기 신도시에 대한 주거환경개선 약속이나 조속히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한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자체가 초대형 악재인데 창릉에 GTX 정차역이 신설되면서 일산이 창릉에 비해 나은 점이 없어졌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창릉 신도시가 일산 일대 아파트들의 메리트를 다 빼앗아간다고 보면 된다”며 “향후 일산에서 창릉으로 대거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GTX 창릉역 신설로 일산에 호재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 한 회원은 “창릉역 정차로 일산이 손해 보는 시간은 2분도 안된다”며 “고양시는 GTX 정차역 3개를 가지며 놀라운 발전을 할 것이고 일산 분위기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신문 / 고양 = 고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