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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배울라” 한글 파괴 온상된 ‘맘카페’

커뮤니티·카카오톡 등에서 무분별한 줄임말·은어 난무

 

“즤 샵쥐가 두찌를 얼집에 데려다주신다고 하네요.”

 

공부방을 운영하는 안 모(46)씨는 최근 한 수강생 엄마에게 문자메시지를 받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가늠도 되지 않는 이 문장의 뜻은 아기 엄마인 친척 동생에게 물어보고서야 알게 됐다.

 

“즤는 저희, 샵쥐는 시아버지, 두찌는 둘째, 얼집은 어린이집을 줄인 말이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며 “멀쩡한 한글을 왜 저렇게까지 망가뜨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며 웃었다.

 

‘젊줌마(젊은 아기엄마의 줄임말)’들의 도를 넘은 한글 파괴가 이슈다. 특히 아기엄마들이 대거 드나드는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등 일상생활에서도 마구잡이식 줄임말을 사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할까 무섭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아기 돌보기도 바쁜데 한 글자라도 줄이는 게 뭐가 어떠냐는 ‘항변’도 잇따른다.

 

아기를 키우는 30대 한 주부는 “뜻만 통하고 간단하면 되지, 꼭 문제 삼을 필요 있나”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심코 쓰고 말하는 줄임말이 사회적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6명은 줄임말·신조어를 선호하고, 이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라는 답변이 59%(2838명)로 절반을 넘었다.

 

한편 이들보다 어린 10대들의 경우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버정(버스정류장)’,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등 단순하게 글자수를 줄인 것은 애교 수준이다. 이들은 ‘문찐(문화를 이해 못하는 이들은 속칭 ‘찐따’로 표현한 말의 합성), ‘갓줌마(영단어 God과 아줌마를 합성한 말로, 성격이 드센 중년 여성을 비아냥댈 때 쓰이는 말)’ 등 온갖 영단어와 비속어를 섞은 해괴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외계어는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번지는 것이다.

 

특히 공중파 TV 프로그램에 비해 규제가 낮은 유튜브 콘텐츠·인터넷방송 속 그릇된 자막과 각종 온라인 게임 채팅에서의 신조어·은어에 노출된 10대들은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이를 응용하며 또래문화를 형성한다.

 

중학생 자녀를 둔 윤 모(49)씨는 “아이들이 자신들만이 아는 은어를 공유하면서 나름의 집단 문화를 형성하고 어울리는 듯 보인다”라며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타 집단·계층을 혐오를 나타내는 말도 죄책감 없이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듯 해 매우 염려된다”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한림대학교 인문학부 이병기 교수는 “자유로운 언어 사용에 대해 누군가가 가치 판단이나 규제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집단·계층 간 대립이 심화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특정 일부만 이해하는 은어나 줄임말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은 소통의 단절과 대립을 불러올 수도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