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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보험 국가’ 어때요?

  • 안휘
  • 등록 2021.01.22 06:00:00
  • 13면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청마(靑馬) 유치환의 명시 ‘행복’이 문득 떠오르네요. 청마는 돌싱 시인 정운(丁芸) 이영도를 지독하게 짝사랑하여 무려 5천 통이나 되는 연서를 날린 시인으로 유명하죠. 정치권 화두 중 하나인 ‘이익 공유제’ 뉴스를 읽다가 다시 ‘기부문화 선진국’ 생각에 빠져들던 끝이었습니다. 모두가 죽을 쑤는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돈을 많이 번 기업들로 하여금 피해 기업들을 돕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라고 했던가요.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발적”이라면서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를 언급했네요. 참 좋은 뜻이 담긴 아이디어인데, 왜 자꾸만 ‘준조세’의 쓰라린 기억이 떠오를까요.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던 케케묵은 ‘억지 춘향전’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왠지 구태처럼 보입니다. ‘기부문화 선진국’ 미국 얘기가 생각납니다.

 

미국을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이 바로 최상 수준으로 발달한 ‘기부문화’라는 사실은 상식입니다. 미국에서 ‘기부 정신’은 가정과 학교의 2세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입니다. 미국의 부자들은 기부 경쟁에서도 치열합니다. 정부에서는 기부를 많이 하는 부자들에게 아낌없이 ‘명예’를 선사합니다. 국민도 존경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떨까요. 지방 도시에 사는 부자가 큰돈을 벌면 무조건 서울로 이사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파리’들 때문에 못 견디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러면 서울은 괜찮을까요?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서 보듯이, 예나 지금이나 정치 권력의 ‘준조세’ 요구에 복종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부자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코로나19의 창궐 때문에 확실해진 게 있습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에 ‘보험 국가’로서의 기능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졌다는 사실입니다. 국가는 이제 잘 설계된 최고 수준의 보험회사 기능을 가져야만 합니다. 복지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춰야만 합니다. 물론 높은 보험료는 기본입니다. 정부조직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상후하박(上厚下薄)의 영리한 세금 정책을 갖춰야 합니다.

 

제발 “복지는 왕창 늘리되 세금은 안 올리겠다”는 정치인들의 새빨간 거짓말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 역시 ‘공짜 복지’의 유혹에 취해 나라 말아먹을 마구잡이 공약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합니다. ‘이익 공유제’ 같은 쩨쩨한 정책 말고, ‘보험 국가론’ 같은 거대담론을 시원하게 펼치는 큰 정치인 어디 없을까요? 물론 ‘기부문화 선진국’ 같은 징검다리는 필수적이지요.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딱 맞는 말입니다. 비록 청마가 예쁜 여류 시인 꼬드기려고 지어낸 말일지라도 정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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