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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5명 ‘합헌’ vs ‘위헌’ 3명··· 공수처법 두고 어떤 의견 갈렸나?

이선애 재판관, 심판대상으로 결정된 조항들도 '각하'···의견 안 내

 

헌법재판소(헌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28일 오후 2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헌재는 직권으로 심판 대상 조항을 한정했다. 헌법소원이 기본권 침해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법 전체에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사 범위와 수사처 검사의 직무 범위 등을 명시한 2조, 3조 1항, 8조 4항에 대해서만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나머지는 모두 적법 요건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비록 심판 대상은 일부에 불과했지만, 권력분립 원칙·평등권·영장주의 등 공수처 출범 이후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판단이 이뤄졌다.

 

다만, 각하 결정을 내린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 ‘수사권 이첩’에 관해서는 보충·소수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수처법 권련분립 원칙 반한다” 헌법소원

 

앞서 옛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유상범 의원은 각각 지난해 2월과 5월 공수처법에 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유 의원의 경우 보수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 대리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통합당은 공수처법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헌법적 국가기관을 설립하고, 헌법상 검사에게만 보장된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공수처가 가져 삼권분립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수처의 구성에 있어서 대통령과 국회의장, 교섭단체가 추천한 사람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했다.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혐의를 인지하면 공수처에 통보하거나 사건을 이첩하도록 한 조항 등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합헌 의견···1명은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서도 각하 의견

 

이날 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공수처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그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공수처가 중앙행정기관임에도 기존의 행정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형태로 설치된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에서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수사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며 “국회는 법률의 개폐를 통해 공수처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공수처 구성에서 입법·행정·사법부 등 다양한 기관이 권한을 나눠 가지면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 범주가 지나치게 넓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도 기각했다.

 

재판관들은 “고위공직자는 권력형 부정 사건을 범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크다”며 “이들의 가족이 고위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범죄를 범한 경우 공수처의 수사·기소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퇴직한 고위공직자를 수사대상에 포함한 것 역시 범죄에 연루된 고위공직자가 사직을 통해 공수처의 수사를 회피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 등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부실·축소·표적수사 우려에 대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실증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수사처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헌법상 검찰의 영장 신청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도 공수처 검사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헌재는 “헌법이 규정한 영장 신청권자로서 검사는 ‘국가기관인 검사’이며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검찰청법상 검사가 아닌 군검사와 특별검사도 영장신청권을 행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선애 재판관은 심판대상으로 결정된 조항에 대해서도 각하 의견을 내 합헌·위헌 의견을 내지 않았다.

 

 

◇ 위헌 의견 3명···“공수처법 심판 대상 조항, 위헌”

 

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이러한 합헌 의견에 반대하며 공수처법이 권력분립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공수처법은 법무부 소속 검사에게 귀속된 권한과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수사권과 공소권 일부를 분리해 행정각부에 소속되지 않는 수사처에 부여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장에게 일방적으로 이첩을 요청할 권한이 부여돼 있고, 상대 수사기관은 예외 없이 따르도록 의무가 부과된 점도 다른 수사기관과의 상호 협력적 견제관계를 훼손한다고 봤다.

 

또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되는 경우 피의자의 출석·방어권 행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피의자의 이익을 고려한 규정이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외에도 ▲수사처 검사의 임기가 3년으로 짧아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 보장이 어려운 점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점 ▲국회의 공수처장 해임건의가 불가능하고 재정신청 외에 공수처 수사를 통제할 방안이 없는 점 ▲수사처에 의한 사건 은폐·축소 수사 등 수사권 및 공소권 남용을 방지할 사후적 통제수단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꼬집었다.

 

나아가 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사법권 독립 침해 및 평등권 침해에 관한 반대의견을 덧붙였다.

 

이들은 “판사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법관이 부당한 내사의 대상이 될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이는 사법권과 법관의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되게 하고, 피고인이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 2조와 3조 1항으로 인해 고위공직자와 비고위공직자 사이에 차별취급이 발생하고, 판사 및 검사 등과 그 밖의 고위공직자 사이에서도 추가적인 차별취급이 발생하며, 재판관할에 관한 특례 규정, 퇴직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경과규정의 불비 등으로 인해 수사처의 판사 및 검사 등에 대한 공소권 행사 등에서의 차별취급은 더욱 심화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심판 대상도 아닌 ‘수사권 이첩’ 두고 의견 대립···‘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탓?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수사가 중복될 때 수사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24조 1항에 대해서는 다수가 각하 처분을 내려 본안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이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권력분립원칙과 적벌절차원칙을 모두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공수처법은 수사처장의 결정에 따라 검사가 수사 주인 고위공직자범죄 등 사건을 일방적으로 수사처에 이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수사처가 헌법과 법률에 의한 검사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검사의 수사권 및 공소권 행사 업무에 관한 권한과 기능을 침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공수처법 24조 1항은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적법절차원칙 위반에 대해서는 “수사처장의 이첩 요청 사유인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은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아 수사처장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각하 의견을 낸 이석태·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24조 1항에 대해 ‘합헌’ 보충의견을 내며 맞섰다.

 

이들은 24조 1항이 권력분립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석태·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법률에 설치근거를 둔 행정기관들 사이에 직무범위를 어떻게 나누고 권한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수사처장의 이첩요청권한으로 말미암아 수사처와 기존의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가 문제된다 하더라도 이는 입법정책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행정기관 사이의 권한 배분은 권력분립이 아닌 입법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입법자는 수사처장의 이첩요청권한을 인정함으로써 고위공직자에 대한 독립된 수사와 수사기관 간 불필요한 혼란 방지를 위해 수사처의 수사대상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처가 우선적인 수사 관할권을 가지도록 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적법절차원칙에 대해서는 “공수처법은 수사처장이 사건의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다른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가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고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그 사유를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첩요청 사유가 명백히 자의적이거나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이첩요청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률해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므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조항은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각하 처분이 내려진 공수처의 우선 수사권 조항에 대해 소수·보충 의견이 동수로 맞서면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가 각하 처분으로 위헌 결정을 피했지만 반대로 ‘합헌’ 결정도 명시적으로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법 요건을 갖춘 청구인의 헌법소원 등으로 이 조항이 다시 헌재의 심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 김진욱 공수처장 “헌재 결정에 논란 일단락···업무 매진할 것”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위수사처(공수처)장은 28일 헌법재판소가 공수처 설립과 운영법은 ‘합헌’이라고 내린 결정과 관련 “논란이 일단락돼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 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진행해 이같이 밝히면서 공수처 인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울러 “수사처·수사관으로 지원하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 다행”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차장에 판사 출신의 여운국(54·23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를 단수 체청할 것임을 밝혔다.

 

초대 공수처 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공수처 차장은 김 처장을 보좌하며 공수처 수사, 검사 인선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 처장은 “공수처는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아닌, 자유롭게 내부소통이 되는 새로운 수평적 조직문화를 통해 창의적인 조직,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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