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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희망 뚜벅이' 행렬 경기도 상륙…김진숙, “부정들에 대한 회복”

천안에서 약 13km를 걸어 31일 오후 1시 40분쯤 평택역 도착
각계·각지 노조장들 “김진숙 복직되는 날까지 함께 할 것”
김진숙 “경기도에 온 것만 해도 절반은 왔다는 생각 들어”
“청와대까지 일주일이 남았는데 계속 걸을 것”

 

지난해 12월 30일 '복직 없이 정년퇴임 없다'라고 외치며 부산에서 청와대를 향해 걷기 시작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희망 뚜벅이’ 행렬이 31일 경기도에 상륙했다.

 

책 ‘소금꽃나무’ 저자로도 잘 알려진 김 위원은 1981년 한진중공업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1986년 노조 대의원에 당선된 뒤 열악한 노동 환경과 노조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홍보물 150여 장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5년 만에 해고됐다.

 

그러한 김 위원의 복직을 위해 모인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천안명가호두과자에서 출발해 평택역까지 약 13㎞에 달하는 거리를 행진했다. 200명이 넘는 인원으로 구성된 행렬의 선두에서 행진하고 있는 그의 발걸음은 암 투병 환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차고 굳건했다. 뒤따라 오는 행진자들이 김진숙 씨의 속도를 못 이겨 걸음을 늦추는 모습도 간혹 보였다.

 

 

이날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기온도 5~10도 사이로 춥지 않았다. 날씨가 좋은 덕인지 행진자들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걸음을 재촉했다.

 

13㎞를 행진하는 동안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인원도 몇몇 보였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좀만 더 힘내자”,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중간중간 지친 발걸음을 달래기 위해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오후 12시 20분쯤에는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복모리 인근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 끼니를 떼웠다.

 

허기진 배를 채우니 지쳤던 인원들도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밥 한 숟갈, 빵 한 조각이라도 나눠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식사가 끝난 후 행진은 주저없이 다시 시작됐다.

 

오후 1시 10분쯤 평택에 진입한 이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이후 오후 1시 40분쯤 이들은 무탈하게 평택역에 도착했다. 도착 예정시간인 오후 2시 30분보다 약 50분 빠른 시간이었다.

 

 

행렬이 도착함과 동시에 ‘김진숙 복직! 고용안정 없는 매각반대! 김진숙 희망 뚜벅이 문화제’가 시작됐다.

 

문화제는 약 30분 정도 진행됐고, 종료된 후에는 각계·각지 노조장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은 “평택에는 아픔과 슬픔이 있다. 땅을 빼앗겼던 우리 대추리 주민들도 있고, 공장에서 쫓겨났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10년 만에 복직했던 곳이 이곳 평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5년이라는 해고 생활을 견디며 살아온 김진숙 씨가 청와대로 가기 위한 길목에 이곳 평택을 방문했다”며 “저희는 겨우 10년 동안 해고 복직 투쟁을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했다. 35년이라는 해고 생활 동안 김진숙 씨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김진숙 씨는 그 힘든 길을 여전히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일반 시민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저는 오늘 걸으면서 김진숙 지도위원께서 너무 빨리 걸으셔서 걷는 걸 보는데, 평생을 저렇게 긴장하며 걸으셨을 것 같아서 마음이 정말 아팠다”며 “김진숙 씨가 반드시 복직하시고, 명예를 회복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울먹였다.

 

일정이 종료된 후 이선희 민주노총 경기지부 조직국장은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폭력으로 인한 해고가 분명함은 국가도 인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복직을 해야된다. 노동자들이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것에 대해서는 결자해지란 말이 있듯이, 전 정부의 문제는 현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또 “김진숙 위원과 문재인 대통령은 돈독한 관계인 걸로 안다. 지난번에 김진숙 위원은 “같이 최루탄을 맞으면서 꿈꿨던 세상이 지금 이 세상이 맞는지, 문재인 변호사가 투쟁해서 복직하라고 했는데, 난 언제까지 투쟁을 해야하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청와대를 간다”고 말했다. 김진숙 동지의 복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 거다“라고 말했다.

 

 

김진숙 씨도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짧은 소회를 전했다.

 

그는 “(희망 뚜벅이는) 36년 전에 노동조합 대의원회에 출마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고, 고문당하고, 부서이동 당하고, 감금당하고, 해고당하는 등 일련의 부정들에 대한 회복. 그리고 빨갱이, 간첩 등의 소리를 들었던 것에 대한 명예회복의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년퇴직하는 게 꿈이었는데, 작년 이후로 정년퇴직의 시한은 지나갔다. 해고자한테는 정년이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복직투쟁 시작할 때 ‘복직없이 정년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제가 복직하는 날에 정년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굳센 모습을 보였다.

 

부산에서 시작해 경기도에 진입한 소감에 대해선 “아직 도착하진 않았지만, 경기도에 온 것만 해도 절반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청와대까지) 일주일이 남았는데 열심히 다시 걸을 거다”라고 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사람이라 힘들긴 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한편, ‘김진숙 희망 뚜벅이’는 2월 1일에는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인 2일부터 평택역~진위역, 진위역~병점역 순으로 행진을 다시 이어나갈 예정이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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