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복직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 30일 부산에서부터 시작된 ‘김진숙 희망 뚜벅이’ 도보 행진이 시작된 지 34일 만인 7일 청와대 앞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침묵을 지켰다.
김 위원과 ‘희망 뚜벅이’ 참여자들은 이날 오전 11시에 흑석역에서 행진을 시작해 오후 2시 30분쯤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행진 마지막 날인 이날은 대우버스·아시아나케이오 등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 등 13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9명씩 거리를 두고 청와대 인근까지 이동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한 김 위원은 자신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촉구하며 48일째 단식 중인 농성자들을 만나 포옹을 하고 인사를 나눴다. 단식 농성자들은 이날부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김 위원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34일간 행진을 마무리하는 집회를 오후 3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했다.
김 위원은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냐”며 “왜 오늘날에도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잘리고 죽어가며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죽어가는가”라며 청와대를 향해 물었다.
김 위원은 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 “36년간 나는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다.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냐.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 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냐.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냐. ‘아빠 왜 안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고 묻기도 했다.
이어 “먼 길 함께 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앞으로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르지만 포기하지도 쓰러지지도 않겠다”고 끝맺었다.
청와대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도, 김 위원과 직접 면담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이에 ‘김진숙 희망 뚜벅이’ 측은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황이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미조직부장은 “김진숙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연석회의가 구성돼 있고, ‘김진숙 희망 뚜벅이’와는 관계없이 연석회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이 회의를 통해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정했다.
1981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용접공으로 입사한 김 위원은 1986년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조의 어용성을 지적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가 경찰에 고문을 당했다. 사측은 이 기간에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부당한 공권력 탄압에 따른 해고를 인정하고 복직을 권고했으나 사측은 지금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 위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만 60세 정년을 하루 앞두고 부산 호포역에서 400㎞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한편, 송주명 사회공공연구원 원장 겸 한신대학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의 연설문을 그대로 옮겨 담은 글을 게시하며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이 글에서 “일요일 오후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위한 행진 마지막 날, 서울 걷기에 함께 했다”며 “그의 청와대 발언문에 김진숙이 복직돼야 하는 이유, 그 복직이 의미하는 바가 구구절절 설명돼 있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면서 함께 고민해서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일독해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