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극단(예술감독 한태숙)이 2021 레퍼토리시즌 첫 공연으로, 연극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에 대한 소식을 알려왔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꿈’이라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시각적 요소에 집중했다는 점과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무대 위 객석을 시도한다는 부분이다.
이 작품은 일본 작가 마츠이 슈가 현대적인 언어로 재창조한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꿈의 연극’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연출은 경기도극단 김정 상임연출이 맡았다.
김정 연출은 2020년을 ‘연극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 충격적인 해’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스트린드베리의 ‘꿈의 연극’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며, 현실을 뒤집어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면서, 지금 우리에게 연극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업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무대 위 객석과 관련해 그는 “텅빈 객석, 관객이 사라지고 무대 위에 덩그러니 배우만 남아있는채로 한바탕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박수도 없고 반향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그 쓸쓸한 모습을 관객들이 직접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어쩌면 텅빈 객석을 앞에 두고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울고 땀흘리는 배우들의 그 허전한 모습이, 아무도 보아주지 않지만 끝끝내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겹치기를 바랬는지 모르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무대 위에 만들어질 객석은 현재 59석으로 예정돼 있으며, 경기아트센터는 방역수칙을 준수해 좌석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연극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는 자신이 신의 딸이라 믿는 아네모네가 하늘에서 인간세계로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만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져감을 느낀 아네모네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인간의 몸으로 낳은 자식과 헤어져 인류구원의 길로 나서는 일이 자신을 둘로 갈라놓는 고통이었다고 말하는 그녀.
연극 같은 그녀의 인생은 끝이 났지만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녀의 미소와 손길, 그리고 작별인사를 기억할 뿐이다.
김정 연출은 “작품 자체가 꿈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그린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확장된 비주얼을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무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배우의 섬세한 표정과 대담한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연출을 선보이겠다. 배우들이 감정적으로 변화하는 지점, 시각적으로 변화하는 지점들을 구현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극단은 2020년 국제교류사업 일환으로 페스티벌 도쿄와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를 공동제작한 바 있다.
지난해 온라인공연을 지켜봤던 마츠이 슈 작가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사람이 걷고, 앉고, 뒹구는 것만으로도 온갖 풍경이 펼쳐지는 이 풍성한 감각을 꼭 극장에서 맛봐야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연은 오는 3월 6일부터 10일까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공연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월요일 공연 없음)/소요시간 90분/관람료 비지정석 3만 원/문의 031-230-3302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