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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과연 누가 ‘살아있는 권력’인가

 

 

대통령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이다. 그러나 이 시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여러 걸림돌들이 가로막고 있어 이를 제대로 행사할 힘이 부족해 보인다. 대부분의 권력은 여전히 특권 세력의 손 안에 놓여 있고 ‘선출되지 않은 세습권력’이 권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세습권력, 그들은 누구인가? 자본과 언론권력, 검찰, 사학, 종교권력 등으로, 이들이 흔들리지 않는 기득권을 쥐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과 검찰, 언론은 가장 막강한 세습권력이다. 경영을 광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언론사는 재벌의, 사실상 수직계열화된 하부구조에 불과하고 따라서 재벌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의 범죄행위와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 일탈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의 좋은 먹잇감이다. 범죄와 비리로 얼룩진 재벌, 그 오래된 부패 구조와 관행은 되레 검찰과 언론, 이 두개의 축에게 가장 최적화된 수익형 모델이 된 지 오래다. 먹고 먹히는 고리인 셈이다. 재벌에 대한 수사결과는 우리나라 재벌들이 정치권력에 줄을 대서 얼마나 많은 범죄와 비리를 저질러 왔으며 또 재벌 총수들에 대한 검찰 수사 때마다 법률시장이 얼마나 큰 대박을 터뜨렸던가를 잘 환기시켜 준다.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는 봉건적 제도 아래서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은 행정부의 일개 외청이 아니라 선출 권력을 능가하는 절대 권력이 되었다. 언론은 검찰이 원하는 여론재판을 노린 보도와 논평을 쏟아내고 재벌은 자신들의 비리를 결정적인 순간에 감춰주는 데 힘을 쓰는 검찰과 언론에게 ‘떡고물’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이들 세 축은 운명공동체임을 보여준다.

 

최근 검찰은 자신들에 대한 개혁을 마치 수사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처럼 언론과 한 몸을 이뤄 헌법정신을 운운하며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완수될 경우 자신들의 먹잇감이 크게 줄어들 것을 내심 걱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이성적이다. 특수부 검사가 퇴직 1~2년 안에 백 수십억의 수입을 올렸다는 기사를 우리는 흔히 보고 있다.

 

야당과 언론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를 유일한 ‘살아 있는 권력’으로 한정해 놓고 정권 감시를 급기야 현 정권에 대한 탄핵 수준의 검찰 수사로 끌고 갈 태세를 취하고 있다. 자신들도 기득 권력임을 애써 감추고 여론의 칼날도 피하고, 정치공세도 벌이는 선제공격의 계책이다.

 

현 정치권력이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를 실제로 지배하고 대대로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선출되지 않은 ‘거악 권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가, 이것은 민주주의와 민생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개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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