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우희종의 '생명'] 더시민당 대표가 보는 서울시장 선거

 

박원순 시장의 3선 당시 서울시 전체가 파랗던 것과 달리 이번에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여당의 완전 실패다. 지난 해 4월 21대 총선에서 개정선거법에 의한 비례위성정당의 의도를 막고 사회개혁을 위해 거대 여당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던 더불어시민당의 당대표였던 입장에서 매우 깊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촛불혁명에 의한 현 정부의 개혁 시도는 집권 초기 다수 야당의원에 의해 저지되었다. 이에 촛불시민은 기득권 구조개편의 사회개혁을 당청이 함께 추동할 수 있도록 180석에 가까운 여당 탄생에 기여했다.

 

하지만 1년 후 맞이한 이번 선거 결과는 시끄럽고 지리한 개혁과 희망없는 민생에 지친 시민의 분노를 보여준다. 지난 1년 사이에 사회는 어느 지점에선가 사회개혁 동력을 잃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개혁은 개선이나 개량과 다르다. 개선은 기존 질서를 존중하며 이성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지만, 개혁은 뜨거운 열정으로 기존 질서를 뒤엎어 새로운 판을 만든다. 기득권의 반발이 없을 수 없다.

 

개혁이 시간을 끌어 기득권의 조직된 저항이 생겨 시끄럽게 되면서 지체되면, 사람들은 피로감 속에 지치면서 그런 상황을 일으킨 개혁 주체에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된다. 그동안 검찰 개혁 하나로 온 사회가 시끄러워졌고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한 채 진행 중이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민생은 힘든데, 원론에 가까운 단편적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불로소득과 이를 조장하는 기득권 세력을 잠재우자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주택 가격 급증에 따른 부담은 오히려 힘들게 살아가는 일반 대중에게 돌아갔다. 지리한 개혁에 지치고 희망없는 민생에 시민의 분노는 필연이다.

 

이 상황엔 여당의 '시대를 읽는 힘과 용기의 부족'이 있다. 전자는 민심에서, 후자는 역사의식에서 나온다. 신속한 개혁에 조심스러웠던 것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입법의 상처때문이겠지만, 당시는 박근혜의 장외투쟁에 수구층의 막강한 지지가 있었고, 또한 이명박 서울시장 때였다.

 

허나 2008년도에는 보수적이라는 강남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이명박 정부에 항의하며 광화문에 모였다. 2016년에는 촛불시민이 100년 적폐세력의 상징이었던 박근혜를 무혈 탄핵했고, 심지어 탄탄하던 영남의 적폐 지지층마저 광화문 촛불 시위에 동참했다. 또한 2018년엔 강남 3구를 포함해 서울시 전체가 파란 색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15년 간의 국민 인식과 사회변화를 읽지 못하고 결국 개혁시기를 놓쳤다.

 

지난 총선 이후, 역사에 한 획이 그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적폐집단과의 협치와 사면 발언까지 등장하고, 보궐 선거 원인에 대한 안이한 태도는 민생 정책 실패와 함께 민심이 등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다. 과거에 머물러 진화하지 않는 진보는 보수화된 낡은 퇴물에 불과함을 보여준 셈이다.

 

이제 정권 말기다. 촛불로 만든 격동하는 물줄기와 함께 100년 뚝을 무너트려 세상을 바꿀 마지막 철퇴를 내릴 선봉은 쓰러졌다. 역사는 결코 게으른 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역사 앞의 죄인이다. 평양 시민의 환호와 백두산 천지에서의 뜨거운 만남을 뒤로 한 채, 공허한 약속 속에 부끄러운 얼굴로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없는 퇴장만이 남은 셈이다. 돌이켜보면 당청 모두 촛불정부의 역사적 의미와 역할에 대한 사명의식이 부족했고, 민생의 시장 현실에 어두웠다. 낡은 인식의 헌 부대는 새 술을 담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버릴 때는 아니다. 다행히 우리에겐 시민의 열망이 세운 국회 170여석이 있다. 170여 함선이 분열하지 않고 새로운 절실함으로 역사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 깃발만 나부낀다 해도 산 자는 다시 가야 한다. 역사의 주체는 우리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