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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주택 1천900채 LH 직원이 차지…경악할 노릇

도둑고양이 행태에 “법 지켰다” 해명이 더 얄미워

  • 등록 2021.04.14 06:00:00
  • 13면

지난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1천900명이 LH가 직접 분양 또는 임대한 주택을 계약한 사실이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시중에는 “LH가 직원들 기숙사 짓는 기관이냐”는 비아냥이 넘쳐난다. 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기 위해 건설되는 나라의 공공주택을 다수의 시행기관 임직원이 차지한 것은 불법 여부를 떠나서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다. 그야말로 생선가게 맡은 고양이들의 교묘하고 추악한 일탈이다. 늦었지만, 완벽한 제도적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작년까지 LH 직원 1천900명이 공공 임대주택(279명) 또는 공공 분양주택(1천621명)을 계약했다. 공공 분양주택 계약자 중 31%(503명)는 2015년 LH 본사가 이전한 경남 진주 소재 경남혁신도시지구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다른 지역 혁신도시 관련 계약자는 644명(39.7%)이었다.

 

이 가운데 임대 의무기간 10년인 공공임대주택 계약은 모두 233건으로, 수도권이 72%(168건)를 차지했으며 절반이 넘는 93건이 수원 광교신도시에 몰려있다. 광교신도시에서는 2012년 한 해에만 44명이 계약했다. 광교신도시의 10년 임대 아파트들은 지난해부터 분양 전환을 시작했는데, 주변 시세보다 분양 전환가가 최대 6억 원까지 저렴해 영락없는 ‘로또’다. 광교 주민들 사이에선 “LH 내부적으로 투자 정보가 공유된 것”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LH 임직원 본인 명의로 된 것만도 1천900채에 달한다면 차명이나 친인척 명의로 된 것까지 합치면 엄청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피해갈 길이 없다. 실제로는 LH 임직원이 받은 특혜는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고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받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LH 직원들에게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알짜배기였던 셈이다.

 

물론 LH 측은 억울해한다. 그들은 “LH 직원도 일반인과 동일한 청약 자격을 갖춘 경우에 한해 계약이 가능하며, 입주자 선정 업무 역시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서 대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자기들이 만든 집을 자기들이 싸게 청약해 10년 동안 살다가 싸게 분양받는 일을 놓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우기는 처사가 괜찮은가. 과연 그렇게 떳떳하고 온당한 일인가. “LH 공공임대 주택은 사실상 LH 임직원들의 기숙사였던 셈”이라는 항간의 비난은 결코 과해 보이지 않는다.

 

‘도둑놈은 한 죄, 잃은 놈은 열 죄’라는 속담이 있다. 도둑은 물건을 훔친 죄 하나밖에 없으나 잃은 사람은 간수를 잘못한 열 가지 허물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정치권이 완성도 높은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부동산 투기’ 문제는 긴 세월 켜켜이 쌓여온 적폐다. 인간의 욕망과 깊숙이 연계된 이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고 끈질겨서 끊어내기가 쉬울 수가 없다. 여야 정치권은 국가의 ‘공정 의지’에 대한 국민 신뢰와 직결된 이 문제를 놓고 ‘승리 공식’만 탐닉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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