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한국단편영화제’란 이름으로 출발해 1997년 ‘부산단편영화제’, 2000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로 개칭하며 국내 단편영화제로선 처음으로 경쟁 작품 공모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아시아의 단편영화와 감독들을 소개하고 있는 영화제, 바로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만 열렸으나, 올해는 해외 인사 초청 없이 온라인 방식을 가미한 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1일 개막, 오는 26일까지 이어질 제38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주제는 ‘예외 상태(a state of exception)’다. 일상에 찾아든 위기를 극복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코로나19와 영화 그리고 영화제의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영화 예술의 ‘변화’와 ‘대응’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이상훈 선임 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삶의 변화를 가장 직관적이며 동시대적으로 받아안을 수 있는 단편영화만의 장점이 고스란히 나타날 수 있는 주제”라며, “더불어 ‘예외 상태’가 초래한 영화 만들기의 변화도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새로운 변화는 한국 단편영화 섹션인 ‘코리아 쇼츠’ 신설을 꼽을 수 있다. 이는 향후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한국 단편영화를 보다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프로그램 방향성 구축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39개국에서 출품한 경쟁작 59편과 초청작 66편 등 모두 125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은 올해 주빈국인 네덜란드 영화, 주목할 만한 아시아 영화,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단편영화 제작지원작인 한국 영화 등 세 편을 선정, 21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묶음 상영된다. 이 작품들은 모두 각각의 시선과 방식으로 올 영화제의 주제인 ‘예외상태’를 그리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은퇴 후 편안한 삶이라는 오랜 계획이 갑자기 발병한 치매로 인해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처한 남자의 삶을 그린, 네덜란드 영화 ‘로스트 온 어라이벌’(폴라크 반 베쿰 감독) ▲독재 정치의 사회상을 피라미드 형태의 기계로 표현한 에릭 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오페라’ ▲언어를 상실한 남자의 위기를 통해 인간사회의 소통 문제를 다루고 있는 김정인 감독의 ‘온택트’ 등 3편이 그것.
2012년부터 도입해 한 국가의 영화와 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주빈국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네덜란드 영화 13편이 상영을 준비 중이다. 영화 ‘로보캅’, ‘토탈리콜’, ‘원초적 본증’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폴 버호벤 감독의 초기 단편작 ‘도마뱀’ 등 4편도 눈에 띈다.
지난해 신설된 ‘인터랙티브 쇼츠’도 눈여겨 볼 만하다. 관객들의 선택에 따라 내용과 결말이 달라지는 장르로, 올해는 ‘당신의 옆에’, ‘5분’, ‘내 기억 속의 너는’, ‘러브 초이스’, ‘커피와 유자 사이’, ‘회색 시선’ 등 6편이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상영된다.
한편, 부산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결정에 따라 폐막작은 상영하지 않으며, 폐막식 또한 26일 오후 6시 30분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유튜브 공식 채널 진행으로 변경됐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