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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트로트 열풍, ‘우리 소리’의 재발견

  • 안휘
  • 등록 2021.04.21 06:00:00
  • 13면

 

 

 

 

종편 방송을 중심으로 불붙은 ‘트로트’ 신드롬이 실로 대단한 광풍이군요. TV조선이 시작한 트로트 경연 열풍에 거의 모든 방송사가 영향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발라드·재즈·록 등은 물론 아이돌 출신들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앞다투어 몰려드는 풍경이 일상이 됐네요. 배우들이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일도 귀한 일이 아닙니다. 트로트 경연에 나온 유명 발라드 가수가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가슴을 짠하게 만들더군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장르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어쨌든 도전하는 모습은 참 대단합니다. 평생을 걸고 해온 음악을 버리고 트로트에 뛰어드는 행태에 대한 일부의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은 장르마다 특징이 있고, 독특한 매력도 따로 있긴 하지요. 그 가치를 지키는 일도 소중하지만, 다양한 도전을 끝내 비난할 이유가 따로 있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논란은 또 있어요.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의 정서를 담은 성인가요들을 부르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시각입니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어요. 그러나 이미 열린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트로트를 금지곡으로 막아놓고 동요만 부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사랑의 기쁨, 이별의 아픔이 담긴 노래를 좋다고 부르는 아이들에게 “너 그게 뭔 뜻인지나 알고 부르니?”하고 묻거나 면박을 준다면 그건 너무 잔인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트로트 오디션에서 국악을 전공한 참가자들이 결승에 오르거나 상위에 랭크되는 비율이 확연히 높다는 대목입니다. 경연에서 으뜸 그룹에 드는 수상자들은 대개 국악 전공자들이더군요. 미스트롯1 진(眞) 송가인을 시작으로 미스트롯2에서는 진(眞) 양지은, 선(善) 홍지윤, 미(美) 김다현 3명 모두 다 국악을 공부한 참가자였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소리’가 트로트 가수의 경쟁력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는 얘기이지요. 왜 그럴까요?

 

우리 판소리는 득음 과정에서 성대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하는데 그게 첫 번째 비결이에요. 또 ‘우리 소리’는 화성이 없는 단선율로 이루어진 음악인 까닭에 하나의 선율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훈련에 집중합니다. 여러 가지 선법과 소리의 색깔, 그리고 시김새가 발달하는 이유가 되지요. 밀고(起), 달고(景), 맺고(結), 푸는(解) 원리로 구성되어있는 장단도 가수 지망생에게는 기막힌 수련이 되고 있음이 확실해요. 트로트 오디션이 ‘우리 소리’, 국악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자리가 되고 있는 현상은 우연으로만 여길 이변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에게 이렇듯 위대한 전통음악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지 않나요? 어쩌면 각급학교 교과과정에 ‘국악’을 필수과목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한 쾌거입니다. ‘우리 것이 정말로 좋은 것’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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