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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관심 갖는 미국 기본소득

기본소득 세계는 지금 ⑨

 

기본소득 논의는 일찍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자유주의 예찬자인 통화주의자들에 의해서였다.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1962년 빈곤 퇴치를 위한 수단으로 기본소득의 일종인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NIT)’를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닉슨 대통령(Richard Nixon)은 이에 영향을 받아 자녀가 있는 가정에 연간수당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상원에서 기각됐다.

 

진보적 입장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한 인물은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였다. 그는 1967년 가난을 물리칠 최선의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들었다. 그러나 1980년 공화당의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이 탄생되면서 기본소득 논의는 폐기됐다. 레이건은 기본소득이 노동 가치와 양립불가능하고 불건전한 의존문화를 부추길 것으로 보았다.

 

그러던 기본소득이 최근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앤드류 양(Andrew Yang)은 기본소득을 지지했다. 그는 미국의 모든 시민에게 자유 배당금으로 매월 1000달러를 주자고 주장했다. 이 장치야 말로 경제와 고용창출을 위한 영구적 지원이라는 것이다. 기업가인 양은 본래 자동화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염려해 기본소득을 지지했다. 하지만 작년 3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이제는 자동화가 아닌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때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역시 2017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기본소득을 변호하고 나섰다. 그는 “각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게 재정적 여유를 보장하는 기본소득 같은 개념을 연구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페이스북의 또 다른 창업자인 휴즈(Chris Hughes) 역시 기본소득을 열렬히 지지한다. 그는 캘리포니아 스톡튼(Stockton) 시의 기본소득 실험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 스톡튼 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야만 했던 빈곤 가정 중 125가구를 무작위 추출해 2019년부터 2년간 매월 5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 3월초 터브스(Michael Tubbs) 스톡튼 시장은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를 보면, 기본소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재정적 불안정성뿐만 아니라 우울과 걱정이 줄고 취업률도 12% 증가했다. 또한 수당을 식료품비, 가스·전기 사용료, 자동차 경비 등으로 사용하고, 술이나 담배를 사는 데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굉장히 고무적인 결과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Oakland) 역시 기본소득을 실시한다. 가난한 흑인과 아메리칸 인디언 가정을 주로 대상으로 하지만, 집이 없거나 불법이민자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샤프(Libby Schaaf) 오클랜드 시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색인종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의 중위소득은 백인들보다 3배 적기 때문이다. 600가구를 뽑아 최소 1년 6개월 동안 그 어떤 조건 없이 매월 500달러의 수당을 지급 한다”라고 말했다. 샤프 시장은 “빈곤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적 실패”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클랜드 역시 재정은 모두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미국부자들은 이처럼 기본소득 전도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부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미국부자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나서는 데는 기부문화의 차이도 있겠지만, 결국 상생의 길을 찾으려는 의지다. 경제순환 없이 기업은 성장할 수 없는 법이다. 한국부자들도 이 논리를 잘 깨우치고 행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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