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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 논란 딛고 ‘국민 신뢰’ 반드시 확보해야

‘수사 공정성’ 입증 못 하면 정권 말기 치명타 될 수도

  • 등록 2021.04.21 06:00:00
  • 13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3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채 온갖 시비에 휘말려 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 캐치프레이즈의 핵심 성과다. 수십 년간 국가체제 개혁의 최고 어젠다였던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 제고’라는 막대한 사명을 띤 공수처가 출범부터 삐걱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칫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완전히 갇히게 되면 정권 말기에 치명타로 작동될 수도 있음을 간과치 말아야 한다. 중립성과 도덕성·수사력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하루빨리 확보하여 정상 가동돼야 할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16일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한 검사 13명을 임명했다. 정원 23명 가운데 절반가량만 가까스로 채운 셈이지만 어쨌든 수사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나오는 13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꿨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인 형국이다.

 

김 처장이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 조사하기 위해 관용차 편의를 제공한 게 들통나 ‘황제 조사’ 논란을 촉발한 것은 참으로 난감한 실수다. 아무리 야권과 기득권 집단의 티 뜯기 상어 놀음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검사와 비서관 채용 논란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제대로 가동되기도 전에 상처투성이가 돼버린 상황은 국가사회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시점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역사에서 공수처가 어떤 존재 의미를 품고 있는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지난 1996년 1월 참여연대가 도입을 주장한 이래 수십 년 동안 입법기관을 비롯한 기득권층의 끈질긴 방해와 저항으로 출범시키지 못한 공수처가 가까스로 닻을 올린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좋은 뜻을 지닌 국가기관이라도 그 씀씀이가 올바르지 못하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는 한탄을 부르기 십상이다.

 

공수처가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유일한 방책은 국민으로부터 ‘역시 공수처의 수사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길 하나뿐이다. 그동안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이 권력에 휘둘려 못했거나 안 한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부정을 공명정대하게 파헤치고 나라를 진정 ‘윗물부터 맑은 사회’로 가꾸어낼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수처가 ‘1호 수사’에서부터 티끌만큼의 불공정 시빗거리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 4.7재보선 참패의 충격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4.7재보선이 남긴 교훈 중에서도 으뜸은 젊은이들을 필두로 이제 우리 국민이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로 참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집권 세력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공수처가 삐끗하여 국민에게 완전히 실망을 주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최악의 골칫거리로 떠오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설치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야권이 사사건건 딴죽을 치고, 검찰이 기득권적 관성으로 어깃장을 놓는 일은 온당치 못하다. 어찌 됐건 공수처 설치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진보적 자산이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공수처가 올바르게 자리 잡는 일은 오롯이 관계자들의 몫이 됐다. 또다시 실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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