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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봄은 씨앗의 계절이라는데

 

봄은 꽃의 계절이기 전에 씨앗의 계절이라고 했다. 하나의 예로, 정월 대보름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씨앗을 심기 전 그 씨앗들을 확인하였다. 조상들은 겨울 동안 곡간에 갈무리해 두었던 씨앗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일부러 오곡(五穀)밥을 지어 먹었던 것이다.

 

5월의 숲은 봄의 완성을 위한 녹색 볼륨으로 충만하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은 자기 본래의 모습과 체질에 맞게 무성해지면서 커다란 숲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봄은 숲과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질병으로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우리 집에는 외국에서 사업하던 아들이 코로나로 입국하여 친구 사업을 돕다 발목을 심하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간 고생하는 아들을 보면서 삶이란 게 능력과 성실만으로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 약해질 때가 있다.

 

 

서점 나들이를 했다. 아들에게 책이라도 한 권 읽게 하고 싶어서였다. 『아들아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이 글을 읽어라』 는 책을 샀다. 책을 들고 2층으로 가서 아들에게 줄 티셔츠도 하나 골랐다. 카드로 계산하면서 젊은 주인에게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고생 많겠다고. 웃고 있는 청년에게 다시 말했다. ‘나 같이 나이 든 세대들이 그동안 세상 경영을 잘못하고 제 욕심만 챙긴 죄가 크다’ 면서 미안하다고.

 

집으로 돌아와 아들에게 사 온 셔츠를 주었다. 셔츠를 입어본 아들은 ‘너무 커서…’하고는 말끝을 흐렸다. 곧바로 매장으로 달려갔다. 주인 청년에게 미안하지만 작은 사이즈로 바꿔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웃으면서 ‘네 선생님 제가 다시 골라 드릴게요. 하면서 카드로 계산했던 것을 취소하고 다시 산 것으로 정리하여 영수증까지 호치키스로 눌러 주며 끝까지 웃음으로 대해주었다. 나는 속으로 조금 전 ’나이 먹은 우리 때문에 자네들 고생이 많다‘는 그 말로 이렇듯 친절한 서비스를 받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언제쯤 봄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까. 조선 시대의 임제(1549-1587)는

‘작은 개울가에 돌을 고여 솥뚜껑 걸고 / 기름 두르고 쌀가루 얹어 참꽃을 지졌네 / 젓가락으로 집어 맛을 보니 향기가 입에 가득 / 한 해 봄빛이 배속에 전해지네!’ 라는 시를 지으면서 봄철의 ‘화전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내 어린철만 해도 형을 따라가 마을 앞 냇가에서 화전놀이 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형들은 진달래 지짐을 만들어 먹으면서 막걸리가 두어 순배 돌면,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 얼시구절시구 차차차’라고 노래하며 북 장구 장단에 어깨춤도 추었다.

 

그랬는데, 4·19, 5·16, 5·18을 겪으면서 독재자들이 자기 이름에 피를 묻혀가며 많은 생명을 희생시켰다. 수많은 국민들은 죄 없이 최루탄 속에 눈물을 흘려야 했고. 이 후 숨 좀 쉴만할 때는 촛불혁명을 치러야 했다. 이어서 코로나 19라는 역병이 지구 종말의 날을 예비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함께 ‘이 오만한 인간들아 삶의 방식을 바꾸라!’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 같은 삶 속에서 숨이 막혀가고 있다. 봄은 씨앗의 계절이라고 했다. 오직 하나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을 위해 나는 어떻게 언제까지 기도해야 할 것인가? 가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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