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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18 사다리’, 미얀마 봄으로 연결되길

국제사회, 대량학살 계속 침묵할 것인가

  • 등록 2021.05.18 06:00:00
  • 13면

5·18 민주화운동 41주기를 맞았다. 혼자만의 칠흑같던 어둠을 뚫고 나아간 숭고한 뜻과 희생들이 오늘의 한국 자유민주주의를 일궈냈다. 아직 그날의 진실과 치유를 향해 내딛어야 할 걸음이 남아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럴 역량이 축적돼 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가 41년전 우리의 아픔을 그대로 겪고 있다. 지난 2월1일 군 쿠데타가 발생해 100여일이 넘었지만 희생자가 속출하며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반(反) 군부 연대를 공식화하면서 대량학살 등 내전 양상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민주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괴한에 의해 몸에 휘발유가 부어진 채로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엔 등 국제사회는 실효성있는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은 군부에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반대하며 서로 다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미얀마는 민주진영을 이끌어온 수지 국가고문이 그동안 친중노선을 견지해왔고, 소수 민족을 둘러싼 내전에서는 군부와 일정 수준 공조를 해오는 등 내부 역학구도가 복잡하다. 이런 미얀마의 내부 사정과 이를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민주화를 향한 무고한 시민들은 고립무원의 처지다.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외교부는 SNS와 성명 등을 통해 미얀마 군부의 폭력 사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은 미얀마는 식민주의, 군사독재를 극복한 한국의 민주화 과정과 경제발전 모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8888민주화 항쟁’(1988년)이 우리의 광주민주화 운동과 닮은 꼴이라고 말한다.

 

‘5·18’ 41주년을 맞아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행사들이 광주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특히 1980년 5월 계엄군 학살을 경험했던 광주 시민들은 ‘5·18 세계화’와 세계민주주의 진전을 희망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5·18 당시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던 전남대학병원은 미얀마 국민과 의료인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후원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들을 미얀마 군부가 지명 수배한 데 대해 공식 항의 서한 등을 보내기도 했다. 일본의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6일 ‘미얀마, 한국에의 공감’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얀마 시민 사이에 한국에 대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일본인이 쿠데타 이후 미얀마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89%(일본 49.6%)에 이르렀는데, 그 이유로 “미얀마 편에 서 있다”“자신들과 같은 일을 겪었다”는 ‘공감’을 꼽았다.

 

한국이 민주주의와 경제강국으로 올라서는 과정에는 우리의 노력 못지 않게 유엔참전국이나 민주화 응원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얀마의 오늘은 1980년대 우리의 거울이다. SNS 등의 발달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미얀마 민주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5·18 사다리’가 미얀마로 연결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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