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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물류창고 화재…현실성 떨어지는 법‧제도 개선

경기도, 전국 대형 물류창고 33% 보유…과밀화 지적
스프링클러도 무용지물…맞춤형 소방 설비 기준 필요

2021년 6월17일 새벽에 발생한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크게 다치고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거 수많은 물류창고 화재가 인재로 밝혀진 만큼 참사를 막기 위한 방안·법적제도가 마련되면서 더 이상 참사는 없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물류창고 화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우리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고 있는 물류창고로 인해 주민들은 항시 불안하다. ‘시한폭탄’으로 전락한 물류창고, 법과 제도의 문제인지 안전의식 부족이 문제인지 경기신문이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물류창고 화재’…도대체 현장은 어떻길래?

②물류창고 화재는 경기도만?…획일적 소방 기준‧건축 자재 규제 無

<계속>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류창고가 위치한 경기도에서는 매년 물류창고 화재로 2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악몽이 되풀이 되고 있다.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강구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현재 법과 제도는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8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내 창고시설은 총 2만8000여 곳으로 이 가운데 대규모 물류창고는 1537곳이다. 이는 전국에 소재한 대형 물류창고 4628곳의 33% 수준이다.

 

국내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다 보니 업체별로 배송 시간 단축과 경비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토지 가격이 싼 경기도에 물류창고를 짓기 시작하면서 과밀화 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물류창고 화재는 경기도에서만 집중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도내 물류창고 화재는 총 827건으로 102명의 사상자(사망 46명‧부상 56명)와 194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행법과 제도를 살펴보면 물류창고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만 봐도 일반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 헤드 20~30개를 20분 간 분사되도록 설치하는 하는데 물류창고 등 대형시설은 헤드 개수만 10개 더 많은 뿐이다.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 작동으로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만, 물류창고의 넓은 공간에 설치된 선반과 선반 사이 좁은 공간에서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일반건물과 비슷하게 해선 안 된다”며 “스프링클러 헤드 개수와 뿜어져 나오는 물의 양, 시간을 늘려 일반건물과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천 쿠팡 화재의 경우 가까운 소화전이 없어 약 2km 떨어진 소화전에서 물을 공급해 시간이 더 지연됐다”면서 “물류센터 근방에 소화전이 필수로 설치되도록 하는 등 소화시설과 관련된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천장이 높은 물류센터의 특성상 스프링클러가 열을 감지하는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어 ‘조기 반응형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소방 설비 외에도 건축 자재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물류창고 건축에는 단열효과가 우수하면서도 값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편한 ‘샌드위치 패널’이 사용된다.

 

스티로폼 양면에 얇은 철판을 붙인 이 건축 자재는 화재에 취약하다. 우선 화재가 발생하면 뜨거운 온도로 샌드위치 패널 내부의 스티로폼이 녹기 시작하며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불이 옮겨 붙으면 스티로폼이 타들어가며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겉을 감싼 철판은 소방용수의 침투를 막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대부분이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20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등이 샌드위치 패널 사용으로 대형 화재로 이어졌으며 두 화재로 78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장‧창고에 쓰이는 건축 자재는 불연성능 내·외부 마감재 사용’ 등을 골자로 하는 대형화재 방지법 등을 올해 12월23일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기존 창고에는 소급적용이 불가능한 만큼 실효성에는 의문이다.

 

도내 한 소방 관계자는 “창고마다 공간적 특징이 조금씩 달라 법 조항으로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물건 적재량에 따라 다양한 소방 설비를 갖추게 하는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김기현 기자·김은혜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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