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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추억 여행 떠난듯한 4色 라이브 더빙쇼 ‘이국정원’

1957년 제작된 최초의 컬러·한국-홍콩 합작 ‘이국정원’
복원된 영상부터 배우들의 연기·연주·폴리아티스트까지 ‘다채’

 

라이브 더빙쇼로 재탄생한, 1957년 제작된 최초의 컬러 영화 ‘이국정원’이 누군가에겐 추억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했다.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는 라이브 더빙쇼 ‘이국정원’ 무대가 펼쳐졌다.

 

‘이국정원’은 한국 전창근 감독과 홍콩 도광계 감독, 일본 와카스기 미츠오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최초의 한국-홍콩 합작 영화로, 김진규와 윤일봉, 최무룡 등 당대 최고의 한국 남자 배우들과 홍콩의 여배우들이 출연한 파격적인 멜로 드라마이다.

 

 

필름이 소실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으나 수십 년이 지나 홍콩 쇼브라더스 창고에서 ‘이국정원’의 필름이 발견됐고, 2013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정교한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영상을 복원해냈다.

 

반세기를 지나 무대 위로 소환된 이 작품은 필름 영화의 영상미와 현장에서 생동감을 더한 배우들의 대사, 분위기에 맞춘 밴드의 라이브 연주로 한층 풍성해졌다.

 

등장인물의 발걸음부터 차 시동거는 소리, 천둥소리까지 고스란히 전달하는 폴리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도 재밌는 볼거리였다.

 

극 중 유명 한국인 작곡가 수펑은 어린 시절 헤어진 어머니를 찾기 위해 향한 홍콩에서 미녀가수 방음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방음의 어머니 빙심은 수펑의 사연을 듣고 둘의 결혼을 반대한다.

 

 

사실 방음의 어머니 빙심은 젊은 시절 한국 사람과 결혼해 남매를 낳았지만 사정상 딸만 데리고 홍콩으로 건너온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수펑과 방음이 남매일지도 모른다는 의혹과 함께 비극에 빠지는 파격적인 멜로드라마가 무대 위로 펼쳐졌다.

 

주인공 수펑 역의 박형규와 방음 역의 이수안은 우연히 만나 운명임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설레는 모습부터 부모님의 결혼 반대에 부딪혀 괴로워하고 멀리 떠날 결심을 하는 애절한 연인의 모습으로 호흡을 맞췄다.

 

빙심 역의 손현정을 비롯해 1인 다역을 소화한 철고 역의 김기창, 임나와 화미를 연기한 나미희도 저마다 사연을 노래하며 열연을 펼쳤다.

 

다른 한쪽에서 직접 구두를 신고 내는 여자 주인공의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부터 문을 열고 닫는 소리, 자동차 엔진 소리까지 다양한 사운드를 표현해내는 박영수 폴리아티스트.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또 다른 무대 속 주인공과 같았다.

 

 

그가 수펑과 방음이 포옹하는 장면에서 옷깃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내고, 배우들이 유머스러운 대사를 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화 사운드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 대사, 음향, 음악을 100% 라이브로 볼 수 있는 공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었다.

 

무대가 끝난 뒤 배우들을 향한 응원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어 배우들이 ‘안녕하오’라는 노랫말을 부르자 관객들은 손뼉을 치면서 따라불렀다. 모두 하나로 호흡하면서 공연을 완성해가는 분위기였다.

 

‘이국정원’에 생명력을 불어넣겠다며 총괄 제작자로 나선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의 꿈은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뿐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공연을 보러온 학생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안겨줬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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