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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韓 성과' vs '日 의례' 맞서 문대통령 방일 무산

물밑 협상서 "韓, 수출규제 철회·지소미아 안정화 제안"…日 "별개 사안" 대응
"소마 日공사 '부적절 발언'이 문 대통령 방일 무산에 '쐐기'"

 

 

일본 언론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끝내 무산된 것은 '성과'를 내세운 한국 정부와 '의례'(儀禮)에 집착한 일본 정부가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아사히신문은 20일 한국 정부가 물밑 접촉 과정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문 대통령과 1시간 가량 회담한 점을 들어 일본 측에 같은 대응을 요구하며 공식 정상회담을 문 대통령 방일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예우 외에 문 대통령의 방일에 따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 정부가 방일 성과로 염두에 둔 것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보복 조치로 2019년 7월 단행한 반도체 소재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철회 등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방일한 다른 나라 정상과 같은 수준의 짧은 회담을 주장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특별대우'에 부정적이었던 것은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정상회담 개최 전제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모종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일본 정부의 태도와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가 인용한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이 수출 규제 문제에서 양보할 경우 불안정한 상태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겠다는 한국 측의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종료 통고 및 통고 효력 정지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지소미아는 "(수출규제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막후 협상을 통한 줄다리기 끝에 2019년 12월 이후로 1년 7개월 만에 성사가 기대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한 '의례 외교'라는 호기를 살리지 못하게 됐다며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권에서의 관계 개선은 이제 무리일 것"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방일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회담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전날 보도해 결과적으로 오보를 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을 구체적인 성과는 없더라도 대화 재개의 실마리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축소가 불가피해진 일본 올림픽 외교 이벤트로 기대하기도 했다.

 

요미우리가 인용한 한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애초부터 방일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일부 보좌진은 방일 성과가 없으면 여론의 비판이 일 것으로 판단해 정상회담 성과를 일본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정식) 한일 정상회담과 그 성과가 예상되는 경우 (문 대통령) 방일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제조건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식으로 일본 측에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런 배경에서라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이는 일본 측에 방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보여줌으로써 양보를 압박하는 전술이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가 최대 현안인 징용·위안부 피해자 소송 등 역사 문제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의 성과로 수출규제 철회(일본)와 지소미아 정상화(한국) 방안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수출 규제 문제를 이번 정상회담의 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다며 수출 규제 문제에서 성과를 얻게 되면 징용 문제 등에서 일본 측에 일정 정도 양보를 해도 국내의 반발 여론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실무 협의 과정에서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은 모두 국제법 위반이며, 양국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이 확산하면서 한국 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강경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18일까지 90% 정도로 회담이 실현되는 쪽이었는데 19일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가 19일에도 성과로 기대했던 수출 규제 문제에서 일본 측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정상회담 계획을 접은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 방일이 무산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양국 관계 개선의 호기를 놓치게 됐다고 지적한 마이니치신문은 의례적인 외교의 장에서 '성과'를 수반하는 정상회담 실현을 강력히 요구한 한국 측의 자세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거기에 쐐기를 박는 모양새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올림픽 개최국 정상이 손님으로 온 다른 나라 정상들과의 우호를 확인하기 위해 단시간 회담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 측은 현안 해결을 위해 적절한 격식을 갖춘 일정 시간 이상의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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