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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누굴 위한 정책인가] "장애아이의 부모가 죄는 아니잖아요"

사람에 대한 맹목적 믿음…범죄 악용 우려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을 놓고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보호자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과 장애인의 인권을 권장하기 위해 탈시설이 필요하다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과연 탈시설일까. 지금이야 말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선행돼야 할 지 고민할 시점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계속>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본다는 어려움을 아무리 말해도,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몰라요."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보호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이렇게 말한다. 귀로 들어도, 눈으로 봐도 모르는 보호자들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인숙(49)씨는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엄마다. 이씨는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부터 장애가 있음을 확인했다. 서울, 원주, 태백 등 아이를 위해서라면 거리와 상관없이 치료실을 다녔다. 일주일에 몇 번씩 있는 치료에 지방을 전전하다보니 큰아들과 남편,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부족했다.

 

그렇다고 자녀의 장애가 더 나아지진 않았다. 계속되는 문제행동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씨는 자녀를 시설로 옮겼다. 집에서 생활 할 때 보다 문제행동은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 이 씨는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고 밝혔다. 그리고 깨달은 순간 오로지 치료만을 목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장애를 가진 동생이 태어나면서 첫째 아들은 언제나 두 번 째였다. 동생을 돌보는 엄마를 이해하는 것이 동생을 함께 돌보는 것이 당연했던 삶을 보냈다. 이것이 장애인을 가진 가족 구성원의 일상이다. 

 

장애를 가진 가족의 보호자로 살아가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다. 중증, 경증 장애 증상에 따라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한다. 결국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보호자들이 장애를 가진 가족 구성원을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이런 이유다. 17살의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한 엄마는 17년동안 가장 길게 외출한 시간이 고작 4시간이라고 말한다.

 

활동 지원자가 온다고 하더라도 3시간뿐이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보호자의 몫이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어 생활이 자녀에게 얽매이는 것이다.

 

장애 가족 보호자인 박미현(58)씨는 결코 자녀를 자립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해 장애인들을 사회로 자립 시키려는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매일 암담함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 인지적인 특성을 통해 혹시나 자녀가 범죄에 악용될까 걱정해서다.

 

소리를 지르고 뛰어 다니며 우는 문제행동들은 항상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부른다. 찌푸린 얼굴, 불쌍하다는 눈빛을 박 씨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식당에서는 장애 아이를 왜 밖으로 데리고 나왔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박씨는 결코 이런 사회에 자녀를 내보낼 수 없다.

 

장애인 거주시설이 사라지면 장애인들은 지역사회로 나가거나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스란히 보호자의 몫으로 다가오는 돌봄에 과연 가족들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