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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의리가 있어야 사람이제~

  • 최영
  • 등록 2021.07.27 06:00:00
  • 13면

 

고리타분한 단어 같지만 사람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 많은 부부들이 성격도 다르고 답이 없는 관계라도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인 ‘정’과 ‘의리’ 하나로 버티며 위기를 넘긴다. 흔히들 이런 경우 “전우애로 살아간다”고도한다. 여염집의 장삼이사들도 이럴진대 만인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속된 말로 “의리고 나발이고”식으로 처신하는 것을 보면 처참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정치인의 의리는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자기 신념과 역사에 대한 책임일진대 말이다. 

 

얼마 전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조국 전 장관 때문에 선거에 졌다며 검찰개혁을 주도하다 멸문지화의 처지에 몰린 장수에게 책임을 돌렸다. 정작 자신들은 조국사태(?)이후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드높아진 국민들의 개혁 열망을 등에 업고 당선되었는데 말이다. 또 윤석열 씨가 지지율 1위를 달리자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을 키워줬다”며 검찰개혁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람에게 창을 겨누었다. 가볍기가 새털이요, 얇기가 습자지 한 장이다.


지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지켜보노라면 원팀은 개뿔, 과연 이들이 한 배를 탄 사람들인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상대의 말꼬리가 삐끗하기라도 하면 ‘망국적 지역주의’니, ‘일베’라느니, ‘적통논란’등으로 찌르기에 여념이 없다. 처첩싸움에는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더니 차마 눈뜨고 못 볼꼴이다. 여기에 지켜야 할 동지적 의리가 있는가? 이 와중에 국민의힘에 법사위를 비롯 7개 상임위를 넘기기로 합의를 했다. 나는 이 기사를 “민주당은 앞으로 개혁입법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읽었다.

 

문재인 정권과 21대 국회의 핵심과제는 개혁이다. 그동안 수많은 개혁입법이 법사위에서 야당의 법안 발목 잡기에 막히고 원구성 협상조차 난항에 부딪히니 180석의 책임을 지겠다며 상임위 독식을 밀고 나간 게 아닌가? 그랬는데 이제 와서 법사위 양보라니, 얼마 남지 않은 정권 임기 동안 검찰개혁을 위시하여 중차대한 사법개혁, 언론개혁법 등을 처리할 마음이나 있는가? 검찰의 난을 겪으면서 시민들은 깨달았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하나만 바뀌었을 뿐, 검찰은 물론이고 사법부, 언론할 것 없이 층층이 버티고 선 기득권의 나라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려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시민들은 대통령을 지키고 개혁의 견인차가 될 사람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전화와 SNS에 매달리고 유세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180명 가까운 범여권이 당선되었다. 당신들이 이뻐서, 잘나서 뽑아준 게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이렇게 개혁 팔이로 표를 얻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을 팔아서 당선되면 그때부터는 재선에만 목을 매는 행위에 최소한의 의리가 있는가?

 

하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 힘에 넘기자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15명이 손을 들어 반대했다고 한다. 참담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의 있습니다”가 떠올랐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법사위원장 재협상을 절대로 하지 않을 자기에게 몰표를 달라”고 해서 당선된 사람이다.

 

의리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말이다. 이분에게 과연 자신의 약속에 대한 의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의 역풍으로 금배지를 달았던 사람들 중 다수가 나중에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성토하며 탈당을 압박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 선거에 도움 안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의리 없는 짓이었다. 나는 앞으로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 기준으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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