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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궁대표팀 ‘공정’ 시스템, 정치권이 따라 배워야

양궁팀 쾌거, ‘공정 경쟁’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사실 입증

  • 등록 2021.07.28 06:00:00
  • 13면

천신만고 끝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다시 한번 ‘세계최강’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여자 양궁은 단체전 올림픽 9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남자 양궁도 금빛 화살을 쏘았다. 신설 종목인 남녀 혼성 종목에 출전한 여자대표팀 막내 안산과 남자대표팀 17세 고등학생 김제덕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양궁이 놀라운 경기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은 결코 기적이 아니다. 실력 이외의 그 어떤 요소도 끼어들 여지가 없도록 잘 다듬어지고 가꾸어진 선수 선발 절차와 과학적 훈련 시스템이 합작해낸 피땀의 결실일 따름이다. ‘공정 경쟁’만이 경기력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의 찬란한 성과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진화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 편법적 특혜에 대해서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 양궁팀의 빛나는 업적에 즈음하여 학연·경력·연줄에 찌들고 금권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고질적 구태 시스템을 말끔히 혁신해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부터 처절하게 반성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양궁이 간직하고 있는 저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엄격한 ‘공정 선발’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든, 현재 세계랭킹이 1위이든 특혜라곤 아무것도 없다. 모든 선수가 평등한 출발선에 나란히 서서 실력만을 겨룬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하다.

 

도쿄 올림픽 양궁장에 선 우리 선수들은 올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피 말리는 경쟁을 치렀다. 3차례 선발전과 2차례 평가전 등 다섯 번의 경쟁을 거치면서 기록이 가장 좋은 남녀 각각 3명이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갈라치기도, 네 편 내 편 진영논리도 설 자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시스템 속에서 길러지고 뽑힌 것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결전의 도가니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요동치는 여론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다해 민심을 움켜쥐려는 여야 정당들과 난립한 대선후보들 사이에 불꽃 튀는 선전 선동 전쟁이 뜨겁다. 그런데, 날만 새면 하나씩 늘어나는 무책임한 네거티브 공방이 가뜩이나 힘겨운 국민에게 고통을 보태고 있다.

 

물론, 과녁에 꽂힌 화살의 흔적만 비교하면 되는 양궁과 복잡다단한 역학이 작동하는 정치를 동일 선상에서 비유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불만 없이 존중하도록 잘 짜여진 선발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충분하다. 도무지 페어플레이의 기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치권은 거기에서 새로운 혁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젊은이들이 으뜸으로 꼽고 있는 가치가 ‘공정’이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입증된 진실이다. 온갖 파벌 논리와 반칙, 하염없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정적 흠집 내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추악한 정쟁부터 끊어내야 한다. 순박한 민심을 지금처럼 이렇게 천박하게 악용해서는 안 된다. 벼려진 칼날 위에서 오직 실력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끝내 올림픽 금메달을 쟁취한 젊은 선수들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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