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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24. 깊은 골짜기에 숨겨진 부자마을, 심곡동

 

성남 수정구 심곡동(深谷洞)은 ‘깊은골’ 한자 표기이다. 광주군 대왕면 심곡리였다가 성남시 승격으로 성남시 법정동 심곡동이 됐다. 행정동은 신촌동다.
 
마을 이름이 깊은골이 된 것은 마을 배경을 이루고 있는 산이 인릉산(仁陵山)이고 그 산 깊은 골짜기 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릉산은 조선 순조(純祖)가 묻힌 인릉(仁陵) 앞에 위치한다. ‘봉화뚝’이라는 지명이 있어 한 때는 남한산성과 연결하는 봉화를 올리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심곡리는 옆 마을 둔전리와 세곡리(서울 세곡동)와 함께 새로운 문화가 일찍부터 들어온 지역이다. 둔전교회, 세곡동교회와 함께 심곡교회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심곡교회는 1904년 피득 선교사가 이종섭 장로 집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고, 1981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올해로 117년의 역사를 이어온다. 개신교 신앙 이전의 민간 신앙도 성했던 곳이어서 도당굿을 하며 마을의 안녕을 빌던 도당터와 당집이 있던 당뫼산 이름도 전해온다. 마을 공동우물에서는 음력 7월 1일 우물고사를 지냈다.

 

 
심곡 저수지는 1943년 일제강점기에 설치됐으며 공군 군인아파트 부근에 있다. 심곡동 효성(曉星)고등학교는 1953년에 개교해 성남시 수정구에서 가장 오래 된 고등학교이다. 효성고등학교 학생들은 1961년에 점심 두 끼니를 금식하고 모은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2017년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됐다.

 

 
심곡동 사람들은 생활이 부유했는데, 일제강점기에 광주군에서 손꼽히는 부자도 이 마을에 살았다. 이 마을의 이석구(李錫九)는 고종황제 숭모전(高宗皇帝崇慕殿) 건립을 추진했다. 1923년 2월 8일 신문에 ‘비장교(非長橋)요, 시광주(是廣州)’라는 짧은 제목의 기사에서 고종황제 숭모전 건립을 추진한 사람은 서울 장교동 이석구씨가 아니라 광주군 대왕면 심곡리 이석구씨라고 정정 보도했다.

 

 
심곡 마을이 부유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거북바위 때문이다. 거북바위는 머리를 동쪽인 수진리를 향하고 엉덩이는 심곡리를 향하고 있어 건너마을 곡식을 먹고 심곡동에 똥을 누는 모양이라서 마을이 부자가 됐다고 한다. 어쩌다 건너 마을 사람들이 이 마을에 와서 술을 마시고는 거북바위를 돌려놓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거북바위는 원래 효성고등학교 옆 냇가에 있었는데 하천을 복개하면서 학교 후문 옆인 현재 위치로 옮겨 앉히게 되었다.

 


심곡동에서는 오래 전에 담배를 끊기 위한 단연회(斷煙會)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제 경제수탈이 극심해지던 1936년 가을, 담배 값이 인상되자 주민 33명 모두가 한 마음으로 단연회에 참여하고 흡연하던 돈으로 마을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했다. 단연회 회장은 안종만이고, 임원 중에는 사찰(査察)이 9명이나 됐다. 서로의 흡연의지를 굳게 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심곡마을에 이어 낙생면 삼평리 삼거리 주민들도 단연회를 만들어 월 50원을 저축해 이웃을 돕는데 참여했다. 삼거리의 단연회 회장은 정경화였다.
 
심곡동 마을 앞에 비행장이 생길 것을 예고한 듯 비행기 바위도 있고 멍석바위, 우두물, 거북바위, 400살 가까이 된 느티나무 등 전통마을의 정겹고 아늑한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는 마을이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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