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온다. 명절을 맞이해서 고마운 분들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의원에서도 어떤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 명절이 지난 다음에는 받은 선물이 자신에게 맞는지 궁금해하며 묻기도 한다. 그중의 하나가 경옥고이다.
치료재인 한약은 치료의 효과를 가지는 각각의 특성을 가진다. 필요한 경우 적재적소에 썼을 때는 효과가 있지만 적소가 아니면 아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이전 칼럼에서 어깨가 아파서 내원했던 홍삼을 장기복용 중인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80세 환자의 예를 들었다. 그녀는 야간에 잠을 여러 번 깨고 눈이 충혈이 되고 혈관이 종종 터지는 증상도 있었는데 여러 진단 후 그녀의 체질과 홍삼의 약성을 고려할 때 소량을 며칠씩 복용하는 것은 괜찮은데 장기적으로 홍삼만 단일약재로 계속 복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지금의 몸의 상태를 개선하려면 홍삼과 반대되는 기운이 포함된 한약을 같이 복용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때 처방한 약이 경옥고였다. 눈의 충혈과 수면장애는 없어졌고 통증은 개선되었다.
경옥고는 복합처방의 한약으로 인삼, 생지황, 복령, 꿀 네 가지의 약재로 구성된 처방이다. 경옥고의 배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시중에 많으므로 줄이고 약재의 약성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인삼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달고 약간 쓰고 약간 따뜻한 기운(甘微苦微溫)의 약성을 가지며 기를 보해주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대표적인 약재이다. 생지황은 달고 약간 쓰며 찬(甘微苦寒) 성질로 열을 내리고 진액을 생기게 하는 약재이다. 또한 복령은 달고 평평한 기운(甘平)으로 정신을 안정시키고 몸의 정체되어 있는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효과가 있는 약이며 꿀은 소화기를 돕고 약재들을 조화시킨다.
경옥고의 묘미는 생지황과 인삼의 정반대 되는 성질의 약성이 함께 함에 있다. 이는 조제법도 큰 역할을 하는데 인삼을 분말이 되게 잘 갈고 생지황은 즙으로 짜고 건더기는 버리고 복령도 분말로 갈고 이것들을 꿀로 반죽해서 물을 넣지 않고 5일 밤낮으로 80-100도의 중탕으로 끓인 다음 하루를 식히고 다시 하루를 잘 끓여 만든다. 비유하자면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같이 반대되는 두 약성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된다. 그래서 열이 있는 체질, 증상에도 쓸 수 있다. 단일 처방으로 가능하지 않은 복합처방의 묘미이자 전통의 언어로는 음양의 조화이다. 이런 연유로 오랜 병이나 큰 수술 등으로 기혈이 모두 쇠약해져 있고 식욕도 소화력도 모두 떨어져 있을 때 무척 효과가 좋은 약이다. 아무리 진수성찬이 있어도 체했을 때는 죽을 먹는 게 더 몸에 좋듯이 한약도 우수한 약효를 가진 것들이 많지만 소화흡수기능이 저하되었을 때는 몸의 흡수 가능한 약이 더 좋다.
물론 처방은 한의사의 진단하에 복용해야 가장 효과가 좋다. 살아있는 우리 인간에게는 무수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