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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칼럼] 김웅과 칼 하우저 그리고 윤석열과 몬티홀의 문제

 

소설 한번 쓰겠다. 이중첩자 얘기다. 무심코 영화 <토탈 리콜>을 다시 보다가 든 생각이다. 다시 본 건, 1990년 폴 버호벤이 만든 희대의 걸작 원판이 아니라 렌 와이즈먼이 2012년에 만든 리메이크 판본이다. 이게 더 영화 속 이중간첩의 행보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주인공 더그(콜린 파렐)는 자신이 저항군의 행동대장인 칼 하우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것도 사실은 가짜다. 독재자인 코하겐(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저항군의 지도자 마티아스(빌 나이히)에게 접근시키기 위해 그를 저항군 편에 서게 한 것처럼 기억을 조작해 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칼 하우저는 애초부터 저항군을 파괴하려는 제5열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는 저항군에서 암약하면서 여자 멜리나(제시카 비엘)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기억이 조작됐다는 것을 모르는 하우저는 진짜로 저항군의 핵심이 됐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마저 다 헝클어진다. 왜냐하면 그는 코하겐에 의해 끌려 와 다시 한번 기억이 조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더그라는 이름의 노동자로 아내 로리(케이트 베킨세일)와 살아가는 평범남이다. 로리는 그를 감시하는 요원이다. 어쨌든 현재의 그는 ‘노바디’다. 그러던 그가 우연히 토탈리콜 사라는 곳에 가서 기억의 저편을 꺼내려다 일대 혼란에 빠진다. 이 영화의 핵심은 내가 나를 누구인지 모르면서 싸우는 상대의 정체를 알려 한다는 것이다. 이중의 정체성은 삼중 사중, 다중으로 확대되고 영화의 이야기는 두어 번 더 중첩된다.

 

앞에 소설을 쓰겠다고 얘기한 것은, 김웅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윤석열이 보낸 이중첩자였을까. 상대 경선 지역을 사실상 폭파시키려는 목적의 요원이 아니었을까. 마치 칼 하우저가 그랬던 것처럼 완벽하게 상대 진영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스스로 ‘가스라이팅’이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유승민 캠프에서 누군가를 만났고(아니면 유승민에게 실제로 감화가 돼서) 진짜 유승민 진영의 전사가 된 것이 아닐까. 하우저가 독재자 코하겐과 맞서듯 그렇게 윤석열 진영에 덫을 놓으려는 것은 아닐까. 고발장을 전달에 전달을 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원래는 ‘저쪽’ 편이었으나 지금은 ‘이쪽’ 편에 서서 아직도 ‘저쪽’ 편인 듯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상 모든 고백의 일단은 김웅의 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얘기하지만 이건 모두 소설의 일단이다. 얘기하다 보니 언젠가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선 후보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얘기한다. 평소에 영화 좀 보면서 그러면 덜 민망하겠으나 그나마 이번 드라마 시청이 흔히 얘기하는 이대남(20대 남자)에 아부하려는 것 때문이라면 정말, 번지수를 잘못짚었다.

 

정작 <D.P.>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은 4부에 나오는 ‘몬티홀의 역설’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다. 보기 1, 2, 3 중 답이 있고 그 중 3을 선택했는데 1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져서 그 1을 버려야 할 때 당초 택한 3을 2로 바꿔야 하는 것이 맞느냐 틀리느냐 하는 것이다. 답은 수학적으로 확률이 2/3로 늘어나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가 맞다고 한다(내 머리속은 그걸 확실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 어쨌든 답이 그렇다고 한다).

 

일명 청부 고발로 불리는 검찰의 쿠데타 사태에 대해 보기는 세 가지이다. 1) 윤석열 전 총장이 깨끗이 자복(自服)한다. 2) 진실 규명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끝없이 이어진다. 3) 윤석열과 검찰이 끝까지 부인한다. 며칠의 상황을 지켜보면 1번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만약 답을 3번으로 찍어 놓은 상태라면 ‘몬티홀의 역설’대로 2번으로 바꿔야 정답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진실을 놓고 물타기에 물타기가 거듭될 것이다. 그 같은 국면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이다. 끝없는 부인과 거짓 증언에 화를 내거나 매달리지 말고. 대선까지는 6개월이 남았다. 그건 정말 긴 시간이다. 축구에서처럼 만들어진 공간을 잘 파고들어 가야 한다.

 

드라마 <D.P.>에서 추출해내야 할 요체는 모병제냐 징병제냐 따위가 아니다. 절묘한 선택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뤄내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D.P.>는 매 에피소드마다 그걸 가르쳐 준다. 근데 김웅은 정말 칼 하우저일까. 진정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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