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는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긴다. 특히 화재 발생 시 진압도 중요하지만,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초동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평택시 소재 소화기 제조업체 ‘대명하이테크(주)’는 독성이 적고 초기진압에 탁월한 분말형 자동 소화장치를 개발했다. 28년간 소방방재업계에 몸담은 전문가이기도 한 박종빈 대표는 친환경 산불 지연제와 포소화약제를 시장에 선보이며 이제는 해외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Q. 대명하이테크(주)의 소공간 분말 자동소화장치가 타 제품 대비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다면.
자동 소화장치는 가스식, 분말식, 고체(에어로졸) 방식이 있다. 굳이 비싼 고체나 가스를 사용해야 하느냐는 생각부터 개발이 시작했다. 순식간에 퍼지는 가스와 달리 분말은 입자이기 때문에 멀리까지 가기가 어렵더라. 순식간에 멀리까지 퍼지게 할 수 있도록 전용 모듈을 개발하고 디자인 특허를 받았다.
박종빈 대표는 7년간 30여개의 특허를 받으며 개발을 이어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단독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연동형’의 경우, 단 하나의 자동 소화장치만 화재를 감지해도 1초 안에 연동된 장치가 잇따라 작동해 설계 체적이 100㎥에 달한다.
이밖에도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기 진화를 위해 수동으로 기동 되는 장치, 방사 시 알람 장치, 무인 앱에 의한 관리자 휴대폰 전송, PRD 연동 등을 갖추며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일례로 선박용 무인 기관실 자동 소화장치의 경우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Q. 숭실대학교 산학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개발했는데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궁금하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소방방재학과 교수가 화재 약품에 있어서 국내 일인자이기에 2015년 우리 회사와 협약을 맺고 조언을 받거나 공동개발을 해오고 있다.
산불지연재와 산림화재용 포소화약제는 기술이전을 완료했고, 산불지연제의 경우 지난 4월 조달을 통해 산림청에 수의계약을 맺고 납품했다. 미래 먹거리로 선박화재 등을 막기 위해 불이 붙지 않는 ‘FRP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약재 등도 부수적으로 개발한다.
Q. ‘산불진압용 지연제’는 다소 생소한데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강원도 고성의 경우 거의 매년 산불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을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4년 전부터 산림청은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R&D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사용된 미국산 산불 지연제는 물에 녹는 용해점이 모두 다르고 독성 때문에 살포에 어려움이 있었다.
친환경·무독성 그리고 뛰어난 성능을 갖춘 산불 지연제를 개발하기 위해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웃음). 몇 단계에 걸쳐 까다롭게 시험을 진행했는데, 수생 생물 중 가장 약한 개체인 물벼룩, 지렁이에게도 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자사 제품이 미국산 제품과 비교해 지연 효과가 약 2~3배 좋으면서도, 비료성분이 있어 화재로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는 데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나무의 경우 증류수의 평균 발아율이 31.5%였는데, 지연제는 46.5%, 포소화약제는 60.0%였다.
산림용 포소화약제는 보관․이동이 편리하도록 고체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개발했는데, 가벼운 고체막대 하나가 약 6톤 정도 액체만큼의 효과와 비슷하다.
Q.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지속되는데 대명하이테크(주)는 어려운 일은 없었나.
산불이 잦은 포사격장에 우리 산불 지연제를 사용하도록 지난해 초 최종 시험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로 취소됐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규모로 5년마다 열리는 독일 하노버 소방박람회에도 산림청과 함께 진출할 예정이었는데 어렵게 됐다. 수출에 힘을 실을 만한 제품이라 준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빨리 종결되길 바란다.
대명하이테크(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가장 높은 권위를 갖춘 한국화재소방학회에서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진공 경기남부지부과 함께 시설자금을 받아 아파트․독서실․고시원 등 폭넓은 화재 실험설비를 갖춘 공장부지를 매입할 계획 또한 세우고 있다.
Q. 앞으로 대명하이테크(주)를 어떠한 기업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앞으로 소공간 자동소화장치에서 분말뿐만 아니라 고체, 가스도 만들고자 다른 업체와 협약해 개발해나가려고 한다. 자동소화장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우리 회사를 떠올리게끔 하고 싶다.
또 과거에는 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 10년, 20년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다. 2019년 새솔기술방재(주)에서 대명하이테크(주)로 이름을 바꾼 이유도 방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환경, 신재생에너지까지 먹거리를 찾아나가고자 한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