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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구치소 과밀·고령·정신질환 증가, 흔들리는 교정 현장

“우리가 무너지면 안전망도 무너진다,” 담장 안 교도관들의 절규

 

“아침마다 수용동 문을 열 때면 숨이 턱 막힙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경기 남부권을 담당하는 수원구치소에서 근무 중인 A 교도관의 말이다. 그가 마주한 현실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최근 수원구치소의 수용률은 150%를 넘어섰다.  수용인원은 2500여명에 달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직원은 470여명에 불과하다.

 

‘150%’라는 수치 뒤에는, 한정된 공간에 빽빽이 들어찬 수용자와 이를 감당해야 하는 교도관들의 고된 일상이 겹겹이 쌓여 있다.

 

11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의 과밀상태는 약 130% 수준이다. 이중 서울구치소 146%를 기록하고 수원구치소의 경우 150%대를 기록해 과밀율이 2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수용이 일상화되면서 수용동 내부의 긴장도는 극도로 높아졌다. 좁은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수용자들 사이에 사소한 말다툼이 폭행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교도관이 물리적 충돌에 노출되는 일도 반복된다. B 교도관은 “수용자가 흥분 상태에 들어가면 예측이 어렵다”며 “한순간 방심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호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밀수용은 곧 업무 강도의 급상승으로 직결된다. 교도관 1인이 담당해야 할 수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감시·상담·행정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현장 교도관들 사이에서는 “하루 근무를 마치면 전쟁터에서 돌아온 느낌”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문제는 단순한 ‘양적 과밀’에 그치지 않는다. 수용자의 ‘질적 변화’ 역시 현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수원구치소 내부에 따르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수용자는 전체의 13%를 넘어섰다. 65세 이상 고령 수용자도 8% 이상을 차지한다.

 

정신질환 수용자는 돌발행동 가능성이 높고,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이 요구된다.

 

고령 수용자는 만성질환 관리와 이동 보조 등 추가적 돌봄이 필요하다.

 

교도관들은 “보안과 교화가 본래 임무인데, 이제는 간병과 보호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행정력은 분산되고, 교정의 본질적 기능은 왜곡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교도관들의 정신적 소진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일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호소하고, 만성적인 불면과 불안, 번아웃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교정 현장은 높은 담장 안에 가려져 있다. 경찰이나 소방과 달리 교도관의 업무는 외부에 공개될 기회가 적다.

 

이들이 겪는 위험과 트라우마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조차 쉽지 않다.

 

한 교도관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조차 수용자의 인권 문제로 번질까 위축될 때가 있다”며 “안전 확보와 인권 보호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교정 행정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기능을 넘어,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돕는 마지막 관문으로 평가된다.

 

C 교도관은 “우리가 무너지면 사회의 안전망도 함께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버틴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책임감이 매일 아침 다시 수용동으로 향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밀수용 해소와 계호 인력 확충,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전문 치료체계 강화, 고령 수용자 전담 관리 시스템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높은 담장만으로는 교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교정·교화를 통한 성공적 사회 복귀를 원한다면, 그 담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안전과 회복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담장 안에서 이어지는 교도관들의 사투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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