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26. 백성을 사랑한 청백리 고장 석운동(石雲洞)

석운동은 돌과 구름이 많다고 해서 돌운리, 도루니, 되루니, 돌운, 도륜리(道倫里), 도론리(道論里) 등으로 불리다가 석운(石雲)이 됐다. 석운동 발화산(發華山)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에 비유되는 산이고, 옛날에 큰 부자가 살던 집터가 있었다는 장자터, 개울 속 넓적한 바위에 새겨진 암각 글씨 수신동(修身洞)이 있다. 옛날에 기도하던 사람이 수신동에서 기도하고 물을 마시려는데 칡덩굴이 달빛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큰 구렁이가 엎드려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기겁해 도망친 뒤로는 기도를 못했다는 기도처이다.
 
석운동은 신종군(新宗君) 이효백(李孝伯, 1416∼1487)과 그의 후손으로서 영의정을 여러 차례 지낸 후 이 마을에 낙향해 지냈던 백헌(白軒) 이경석(李景奭, 1596∼1671)의 후손들이 살아온 마을이다.
 


이효백은 정종(定宗) 임금 손자로서 아버지는 덕천군(德泉君) 이후생(李厚生)이다. 시호는 공간(恭簡)이다. 일을 공경해 윗사람에게 이바지하는 것이 恭(공)이요, 평이(平易)하고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簡(간)이다.
 
이효백은 어떤 일에 대한 지감(知鑑)이 환히 트였다. 이효백 산소가 도론리(道論里)에 있는데, 그 터는 공이 늘 활을 쏘고 사냥하던 곳이다. 공이 언덕에 올라서 걸상을 놓고 멀리 바라보면서 기뻐하며 말하기를, "반드시 이곳에 묻히련다"고 했다. 어느 날 활줄이 갓끈에 퉁겨져서 갓끈에 달렸던 큰 옥구슬을 잃어버렸는데, 장사 지낼 때 구덩이에서 발견됐다. 이효백 묘에서 멀지 않은 고기리에 대마도를 정벌한 이종무(李從茂) 장군 묘가 있는데 장군은 곧 이효백 외할아버지이다.

 

 
이효백은 궁술(弓術)이 비상해 1459년(세조 5) 임금이 직접 참가한 모화관(慕華館) 시사(試射)에서 화살 30발 중 29발을 과녁 정곡(正鵠)에 명중시켰다. 중국 사신이 오면 항상 이효백이 궁술을 보여 줬으니, 외교적으로 우리의 무력을 과시하는 기회였다. 이를 계기로 당상관으로 승진했고, 1467년 이시애가 난을 일으키자 선봉장이 됐다. 
 
이듬해에는 무과에 급제해 품계를 더했다. 종친은 과거시험을 볼 수 없었으나, 세조가 특별히 응시를 허락한 것이다. 예종 즉위 후에는 청량리와 양주 등지에 출몰한 호랑이를 잡았다. 아우 효숙, 효성, 효창과 함께 4형제가 모두 활을 잘 쏘았고, 사종(射宗)이라 일컬어졌다. 

 

 
신종군 후손 중에 유명한 인물이 많이 나왔는데, 임진왜란 때 이억기(李億祺) 장군은 증손자이고, 명필 이광사, 실학자 이긍익, 암행어사 이건창, 정인보·최남선 등의 위대한 문인을 배출시킨 이건방이 그의 후손들이다. 
 


특히 5대손 이경석은 병자호란 후 북벌계획에 총괄 책임을 지고 청나라에 의해 두 번이나 백마산성에 위리안치 됐던 강직한 애국자였지만,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울 때 융통성 없는 명분보다는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는 눈물을 머금고 삼전도비문(三田渡碑文)을 지었다. 58세 에 판교촌으로 물러났을 때는 한명욱 등과 수동계(修洞契)를 만들었다. 70세에 기로소에 들어갔고 임금이 의자와 지팡이를 선물했다.
 
산소 입구 골짜기를 대감능골이라 부른다. 나라를 구하는 데 큰 공을 세웠으니, 시골 부인들까지도 공의 이름은 모르나 ‘백헌’이라는 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가뭄이 드는 해에 공이 비를 빌면 반드시 비가 내렸고, 구제역으로 전국에서 소가 씨가 마를 정도였는데, 공이 몽골에서 수입해 온 소가 오늘날 한우의 조상이 됐다. 공은 평생 집 1채와 부인 1명, 그리고 종 1명을 데리고 청빈한 삶을 살았던 청백리였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