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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빨강 머리 밀바의 '유혹의 노래'

월드스타를 낳은 월드뮤직 15

 

 

 

요즘 사는 재미 중의 하나가 대선 토론회다. 그런데 지지하는 당과 상관없이 여당보다 야당 방송을 더 재미있어하는 나를 본다. 홍준표 씨와 하태경 씨 때문이다.

 

두 사람의 정치철학과 정책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연예인 같은 매력이 있어서도 아닌데 왜일까. 모범생 같은 말을 하는 다른 후보와 대별되는 튀는 말, 센 말 때문이다.

 

심리학의 행동경제학의 ‘절정- 결말이론’이 떠오른다. 절정과 결말을 주로 기억하는 인간 심리.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맹수 등 가혹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화급한 문제, 당면한 문제 처리부터 해야 했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절정과 결말을 각인하면서 살아남은 조상의 후예라는 것이다.

 

홍준표 씨와 하태경 씨 두 사람 다 토론 내내 튀는 말, 센 말을 하다가 끝으로 가면서 순화된 표정과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두 사람의 성정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캠프 내에 혹은 조력자 중에 그 같은 행동경제학 이론을 조언해 주는 이가 있는가도 혼자 생각해봤다.

 

음악도 나를 사로잡은 곡들은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식으로든 ‘튀기’ 때문이었다. 특히 월드뮤직은 비영어권이 대부분이라 가사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음률이 튀거나 가수가 튀거나 퍼포먼스가 튀거나 아니면 음악에 얽힌 배경 이야기가 튀는 등 일단 눈길을 사로잡아야 더 찾아보게 된다.

 

내 핸드폰 알림음으로 쓰고 있는 노래 ‘Yo soy Maria’가 대표적인 예다. 탱고의 강렬한 선율, 그보다 더 강렬한 목소리에 도대체 누가 만들고 누가 부르는. 어느 나라 노래인가를 궁금하게 했다.

 

작곡자는 탱고를 클래식의 반열에 올린 아르헨티나의 아스트로 피아졸라 (1921- 1992).

 

중년의 피아졸라는 1967년, 우루과이의 시인 호라치오 페레르(1933-2014)와 함께 레너드 번스타인이 만든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속 곡들 같은 음악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한다. 그 결과 2막 구성의 탱고 오페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리아’가 탄생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에서 태어나 카바레와 사창가를 돌던 마리아의 사랑, 고독, 구원에 대한 이야기. 이 오페레타에서 마리아가 부른 ‘Yo soy Maria’가 대히트한다.

 

오페레타 무대에서 주인공 마리아는 뭇 남성들의 갈망을 쥐고 흔드는 팜므파탈의 모습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데 가사의 유혹은 더 타오른다.

 

‘나는 마리아. 내가 누군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탱고의 마리아. 빈민가의 마리아. 밤의 마리아. 치명적인 정열의 마리아. (중략) 여자들은 모두 나를 질투하고 남자들은 모두 내 발밑에 있어 그들은 언제나 내 낚시에 걸리고 말지. 나는 노래하며 사랑을 하는 아주 지독한 마녀. 당신이 반도네온으로 나를 유혹하면 난 당신을 힘껏 물어줄거야. 내 안의 경련하는 꽃으로...’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지난 4월 세상을 뜬 이탈리아 칸초네 가수 밀바(Milva 1939-2021)를 통해서다. 튀는 빨간 머리 가수로 유명세를 더한 그 밀바 말이다. 튀는 노래를 월드뮤직 명곡으로 만든 건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작곡 덕일 것이다. 대개 월드뮤직은 처음에 튄 음악들의 경우 많이 들으면 질린 경우가 많았다. 처음 튀어서 재미 본 정치인 중 정작 괜찮은 사람이 드물었던 것처럼....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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