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한민국 서핑이 인기를 끌며 여름 이외에 봄·가을·겨울에도 파도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겨울철 외부 온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성 의류인 웻슈트(wet suit)를 찾는 서퍼들도 크게 증가했다. ‘서플로’는 한국인 체형에 맞춘 웻슈트를 출시해 국내 서핑 스쿨에서 78%를 점유하며 성장 중인 기업이다.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는 박용희 대표를 시흥시에 위치한 서플로 본사에서 만났다.
Q. 국내 최초 웹 슈트 전문 브랜드 ‘서플로’가 해외 브랜드와 비교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일까.
웻슈트는 신체와 밀착되면서도 활동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 포인트다. 해외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전통적인 아시안 핏은 서핑 시장규모가 큰 일본인에게 맞춰져 있다. 우리는 한국인 체형에 최적화해서 만들면서도, 수상 레저스포츠 활동에서 발생하는 인체 움직임을 분석하고 테스트해 활동성을 극대화했다.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보하고 소통하며, 니즈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조직이 작은 만큼 고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해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해외 브랜드의 웻슈트가 대부분 블랙 계열의 무채색인 반면, 서플로는 다양한 색상의 웻슈트를 출시하면서 디자인 면에서도 서퍼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Q. 선수로서의 경험과 높은 안목이 웻슈트 제작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웻슈트를 입고 활동해야 하는 종목에 있었고, 유럽, 이집트,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해외 선수들과 함께 활동하며 세계적인 트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기존 웻슈트를 사용하면서 직접 느꼈던 불편사항들을 해소하는 걸 초창기 개발 목표로 했고,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선수 시절 인연을 쌓았던 해외의 선수들이 각 나라에서 테스트를 해주고 피드백을 면밀하게 받을 수 있었다.
Q.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모든 웻슈트에 패각과 재활용 카본을 활용하기로 한 이유는?
바다는 선수들에게 선수 시절 바다는 내 삶의 터전이었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놀이터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환경파괴가 계속돼 바다와 강이 오염된다면 수상레저스포츠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런칭 당시 출시했던 첫 웻슈트부터 지금까지 석유가 아닌 석회석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적인 네오프렌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전신 웻슈트는 패각(굴 껍데기)을 이용해 제작한다.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중량이 향상돼 품질면에서도 뛰어나다.
Q. 폐웻슈트를 업사이클링한 파우치, 가방 등으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상을 수상했는데 제작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폐웻슈트를 일년에 두 차례 서핑스쿨에서 수거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 오랫동안 바다에서 사용된 폐웻슈트에는 염분과 모래가 많이 포함돼 세척 과정에서 제거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포어시스와 협업을 진행해 더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폐웻슈트에서 재사용이 가능 부위를 일일이 선별해야 하므로 인건비를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2017년보다 많은 이들이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을 하고 친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바다에서 활동하는 서퍼, 스쿠버다이버 등 환경보호 의식이 높고 웻슈트를 직접 사용하다 보니 업사이클링 제품에 관심이 많다고. 자신만의 고유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 역시 똑같은 색상이나 질감이 없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서플로는 내수시장에 이어 해외로도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 2019년 대만에 이어 지난해에는 서핑의 메카라고 불리는 하와이로 수출을 시작했으며 홍콩, 중국과도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Q. 앞으로 서플로를 어떠한 기업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나가고자 한다. 해외 브랜드에 비해서 브랜드 역사가 짧고 마케팅이 부족할 뿐, 더 좋은 소재와 생산방식을 적용하고 있어서 가성비가 좋고 자연환경 및 체형이 유사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서플로의 목표는 전 세계 모든 서핑 스팟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서퍼 10명 중 1명이 서플로 웻슈트를 입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서퍼들과 워터맨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ESG’가 화두이기도 한 요즘,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