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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근 작가 “나무둥치로 작업, 작가만의 미술적 언어 있어야 해”

 

“어릴 적 아버지한테 한자 이름을 배웠는데 이상근(李相根)이란 석자가 나무의 아들, 나무의 눈, 나무뿌리로 각인됐어요. 은연중에 나무라고 하니까 자연스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좋더라고요.”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이상근 작가는 나무로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운명이라고 말했다. 소나무처럼 우직하게 길을 걸어온 그에게 작품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이 작가의 작품은 연리지를 주제로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형태에 사랑을 의미하는 하트 모양이 더해졌다. 눈, 코, 입은 물론 이가 빠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까지 섬세함이 묻어난다.

 

 

이상근 작가는 “주로 느티나무를 쓰는데 결 때문에 인상을 깎으면 잡아먹는다. 그래서 결이 없는 은행나무로 인상을 깎는데 섬세해서 작업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운명처럼 느끼고 나무로 작업했다는 그는 나무의 매력에 대한 질문에 한 치 망설임도 없이 “하늘과 땅과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인류사를 보면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치며 문명이 발달하는데 분명 목기시대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나무는 인간의 삶에 늘 같이 있었기 때문에 명명되지 못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밝혔다. 어찌 보면 나무와 사람을 동질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나무는 인간문명의 시작일 것이라고 이어 말했다.

 

이 작가는 연리지를 주제로 작업하게 된 계기와 그 의미에 대해선 이렇게 전했다.

 

 

“나무라는 게 사람하고 굉장히 가깝게 있잖아요. 수많은 작가들이 나무를 말할 때 숲과 잎, 꽃, 열매를 이야기했는데 저처럼 나무 둥치를 이야기한 사람은 없어요.”

 

큰 나무의 밑동을 말하는 나무둥치. 이 작가는 하나의 나무둥치를 파내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 ‘Pine tree-ship’에 대해 “문명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나무둥치를 가지고 인간하고의 관계, 물질문명에 대한 개념들을 담아 본질에서 나와서 다시 들어가는, 환원된다는 의미의 작업을 계속했다”고 부연했다.

 

 

새롭게 선보인 ‘신성모독’ 시리즈는 정신이 번쩍 들게 된 어떤 계기에서 시작됐다. 이 작가는 “동생이 아팠는데 우리 집에 있는 망부석과 골동품, 내가 조각하던 작품들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리를 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신성모독이 아닐까’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상근 작가는 지난해 갤러리M에서 진행한 개인 초대전 ‘관계의 회복’에 이어 올해 9월 24일부터 개최하고 있는 ‘연리지-본연의 몸짓’을 통해 관람객들과 만난다.

 

외국에서 전시를 선보이려던 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해 다음을 기약하게 됐지만, 오히려 스스로를 다듬는 기회가 됐다고 털어놓은 이 작가는 “오히려 신경쓰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다. 코로나가 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화성에서 태어나 지금도 어릴 적 아버지가 농사짓던 터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이상근 작가는 2013년 한국미술협회 화성시지부장과 화성시 조각공모 자문위원, 2016년 한국미술협회 경기도 부지회장, 2017년 한국미술협회 화성지부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해 애써왔다.

 

특히 그는 작가라는 존재에 대해 “사회적인 물음을 던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이슈화시켜야 작가라고 할 수 있다”면서 “자기만의 미술적 언어, 자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때 진정한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작품을 통해 보여줄 게 너무 많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이상근 작가에게서 소나무처럼 올곧고 은행나무처럼 섬세한 매력이 느껴졌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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