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이하 센터) 소속 시설관리주무관이 ‘내가 죽으면 당신들 탓’이란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본보 5일자 1면) 유족들은 직원들의 지속된 따돌림과 상사의 방조가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인은 지난 2일 안성시의 한 폐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일 이곳으로 불러낸 센터장(과장)에 의해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왜 병원이나 상담실이 아닌 폐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까. 게다가 안성경찰서 정보관은 왜 동행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센터 직원에 따르면 센터장을 만난 그가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을 못하고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폐교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직장 내 따돌림 문제로 상사인 센터장에게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센터장에게 카카오톡으로 ‘4개월 지나도록 면담 한 번 안 한 과장님! 과장님이 저를 죽이는 겁니다’ 등 간절하게 면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의 말처럼 부하직원이 손을 내밀면서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도 왜 응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대전시에서도 지난달 26일 20대 9급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친구는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업무 지시라는 글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했고,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었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 준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으며 군대보다도 직원 취급을 안 해준다며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고 썼다. 병원 진단과 휴직을 권유한 친구의 말에 따라 진단과 처방을 받고 휴직을 남겨둔 하루 전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도 예시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 승진, 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함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하고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집단 따돌림 등이다.
이후 위반 신고가 매해 수천 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 4일 임이자(국민의힘, 상주·문경)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고용관서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0년 5823건이나 됐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430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고용당국의 늑장처리와 불공정처리 문제가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8월 직장갑질119는 공인노무사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고용부가 진정·고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하나도 없었으며 ‘근로감독관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은 6.7%에 그쳤다. 신속·공정하지 않은 처리와 극단적 선택이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의원의 지적처럼 본래 도입취지에 맞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예방교육도 의무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