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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실에 필요한 것

 

20년 전에는 학교에서 주는 것들이 거의 없었다. 색종이나 가위처럼 필요한 것들은 준비물로 가져와야 했고 없으면 혼나고 나서 친구 물건을 빌려 써야 했다. 저학년 때까지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다가 고학년 때 전학을 가면서 처음 급식이란 걸 해봤다. 그런 급식도 돈을 내고 먹었으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다. 요즘은 학교 활동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아이들에게 준다. 잔반이 너무 많이 남아서 교장 선생님을 슬프게 하는 급식도 주고, 준비물은 갑작스럽게 필요한 게 아니면 미리 준비해놨다가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과일 컵이다. 교육부에서 2024년부터 학교에서 컵 과일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일을 쉬는 시간에 먹게 하거나 급식에 과일을 추가해서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내년부터 초등 6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해본 다음에 점차 학년을 늘려나가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니 사업의 초기 아이디어는 과수 농가 소비 촉진을 위해서 나왔다. 어려운 농가를 돕고 성장기 아이들에게 다양한 영양 공급원을 제공하자는 취지 자체는 좋은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학교 현실을 바라보면 이게 마냥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 과일을 제공하는 방안이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둘 다 마뜩잖다. 하나는 과일이 담긴 완제품 컵을 제공받아서 우유 급식처럼 시행하기. 다른 하나는 급식 시간을 이용해서 제공하기.

 

둘 중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건 완제품을 업체로부터 받는 방식이다. 이미 돌볼교실에서 실시하고 있으니 수량을 늘리면 될 일이다. 다만, 지금처럼 일회용 컵에 담겨서 온다면 매일 엄청난 분량의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오기에 환경을 생각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다. 다회용 컵에 과일을 제공했다가 업체가 컵을 거둬 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기존에 해오던 우유 급식도 교사들에게는 소소하지 않은 업무인데 과일 급식 제공이라는 업무가 추가되는 데 대한 염려가 많다. 돈을 내고 먹는 우유도 교사가 하나하나 지도하지 않으면 먹지 않아 버리는 양이 절반 이상이다.

 

두 번째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급식으로 과일을 제공하는 것은 이미 업무 강도가 극악에 치달아 있는 조리 종사원분들에게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형식이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급식 조리와 별개로 몇백인 분의 과일을 씻고, 깎고, 썰어야 하는데 말로 해도 이미 어려운 일이다. 또, 식단에 과일이 매일 들어가는게 영양소 구성에 맞는 건지 영양 교사 분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제외하고서라도 과일을 아이들이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매일 줘도 좋겠지만, 아이들이 과일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어린이들은 대체로 과일을 다 좋아할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급식에서 일정 분량의 과일이 나오면 높은 확률로 절반 혹은 그 이상이 버려진다. 학교에서 많은 양의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 1인당 정해진 섭취량에 맞게 제공한다. 매일 급식 시간에 버려지는 수많은 음식과 과일들을 직접 봤다면 간식으로 과일을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않았을 텐데 아쉬운 점이 있다. 급식 이외에 과일 섭취가 어려운 아이들은 희망자를 받아서 택배로 과일을 제공하는 방식도 있을텐데 굳이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야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교실에 정말 필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몸을 살찌우는 먹을거리가 아니라 정서를 살찌울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이나 상담 전문가 들이다. 이런저런 예산 문제로 상담실에 상주하는 상담사분이 있으셨다가 없어졌다가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몸은 이미 건강한 아이들이 많으니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는 곳에 예산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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