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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산책] 힘내라! 다큐멘터리

 

우리나라 방송법은 공공, 다양, 균형에 기반하여 보도, 교양, 오락에 관한 프로그램을 조화롭게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양에 포함되는 다큐멘터리는 다루는 주제에 따라 다양하다. KBS인간극장, MBC인간시대 등의 휴먼다큐, 역사스페셜 등의 역사다큐, PD저널리즘을 꽃피운 시사다큐, 지리산의 4계 등의 자연다큐, EBS 하나뿐인 지구 등의 환경다큐, 인물다큐 등.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엔 영양결핍이 문제이더니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과잉섭취가 문제다. 모자라도 넘쳐도 다 문제다. 미디어의 다양성이 실현되어 온갖 콘텐츠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금도 하루는 24시간이다. 지상파 3채널만이 방송하던 과거에도 하루는 24시간. 제한된 시간 속에 많은 콘텐츠를 접하면서 사람들은 눈가고 혀에 착 감기는 콘텐츠를 먼저 택한다. 어떤 경우라도 교양다큐가 드라마와 예능을 넘어설 수 없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동양이든 서양이든 똑같다. 다양성이 실현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주로 오락을 택하면서 오히려 콘텐츠 소비의 다양성이 훼손되가고 있다.

 

편식하지 마, 게임 그만해라는 엄마의 잔소리처럼 OTT 환경에서 콘텐츠 소비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2020년 년간 시청률을 보면 교양다큐 전체 프로그램 중에서 인간극장이 9%로 1위, 한국인의 밥상 8%, 생활의 달인 6.3% 생로병사의 비밀 5% 순이다. (드라마 중 1위는 한번 다녀왔습니다 27%, 예능 1위는 사랑의 콜센타 18%) 25-49 세대로 좁혀서 보면 생활의 달인 2.6%, 한국인의 밥상 1.2%, 생로병사는 아예 순위권 밖이다. 당연하다. 젊은세대의 핫플레이스 맛집에 한국인의 밥상 메뉴가 오를리 있나? 건강하고 놀기 바쁜 젊은이가 근심 어린 눈으로 생로병사를 보는 장면이 오히려 뜨악하다. 자연스레 콘텐츠의 소비가 오락으로 집중되다 보니 말 그대로 균형이 깨지고 있다. 미디어는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조화 속에서 순기능을 한다. 엔터테인먼트가 지나치면 우리에게 미디어는 게임기처럼 오락의 통로 역할만 할 뿐이다.

 

사탕 많이 먹으면 이빨 썩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뿐 아니라 생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KBS, EBS 등만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만드는 다큐마다 돈과 시간을 투입한 대작일 수는 없고 만드는 족족 아마존의 눈물일 수도 없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다큐멘터리로부터 멀어져 간 시청자를 다시 잡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다큐 3일이 처음 시작될 때 근엄한 다큐에 VJ 개념이 도입되면서 생활 다큐의 장이 열렸다. 작년 MBC 시사교양국 PD 가 만든 “오느른”이란 브이로그가 다큐 포맷의 장을 변혁시키며 잔잔한 힐링다큐의 장을 열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추어 다큐도 포맷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만드는 제작자도 시사교양 PD로서 계도적이고 뭔가 가르치려 드는 관점에서 벗어나 시청자와 공유하는 시각으로 전환하여야 젊은 시청자와 공감대가 넓어진다. 볼 것 많은 시청자 잡기 참 어렵다.

 

어린 소녀 툰베리에 의해 환경문제에 대한 지구적 공감대가 확산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적은 규모의 시청자도 사회발전의 큰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다큐멘터리의 역할, 시청자가 적어도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힘내라! 다큐멘터리, 적은 시청자가 큰 힘을 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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