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함께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겪는 ‘디지털 불평등’ 현상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모바일 시장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는데, 시각장애인들은 아직도 피처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디아이전자의 ‘쿼티 키보드’는 시각장애인용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로, 스마트폰을 든 상태에서도 열 손가락 전부를 이용해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디지털 불평등을 줄여나가고 있는 최태홍 디아이전자 대표를 만나봤다.
Q. 시각장애인을 위한 블루투스 키보드를 개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처음에는 나 자신이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낼 때 오탈자가 많이 나서, 이를 개선하려고 고민하다가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여러 곳에 조언을 구하다가 비장애인보다는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제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시장조사를 해 보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이 많았다. 모든 스마트폰에 화면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어 정보에 접근하는 도구로 유용한데, 문제는 듣는 건 가능해도 입력을 어려워하는 시각장애인도 많았다.
Q. 갤럭시 시리즈의 빅스비, 아이폰의 시리 등 기존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하지 않나.
인식률이 매우 낮아 엉뚱한 글자를 입력하는 경우가 많고, 기본적인 명령어를 틀릴 때도 많다. 전화 한 통을 걸 때도 연락처에 여러 명이 있으면 엉뚱한 데 전화를 걸기도 하고,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ARS를 입력할 때도 재차 오류가 발생한다. 니즈는 다들 유사하다. 시각장애인들도 카카오톡, 문자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삼성 빅스비가 ‘훠궈(중국 냄비요리)’를 인식하면 화면을 캡처하는 현상이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의 딥러닝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었는데, 비장애인들도 실제로 음성인식 정확성이 떨어져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대부분의 회사 고객센터에서 사용하는 기능인 ARS도 마찬가지다. 시각장애인들이 키보드 없이 생년월일이나 비밀번호를 입력하다 보면 계속 틀리기 쉬워 겪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한다.
Q. 쿼티 키보드가 하단에 위치한 스마트폰 블랙베리 등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악기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형태를 생각하면 된다. 사전 조사해보니 시각장애인들이 자판이 작고 키가 많은 키보드를 엄지손가락 2개로 50~60개에 달하는 키 위치를 모두 외워서 쓰기는 어렵더라. 우리 ‘쿼티 케이스’는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할 때처럼 10개 손가락을 다 사용할 수 있고 위치를 외우는 부담이 덜하다. 양손으로 들고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쿼티 키보드를 모바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디아이전자는 2017년부터 쿼티 케이스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엔 시각장애인 용으로 점자를 입력하는 퍼킨슨 키보드를 개발하려고 했지만, 전체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사용하는 비중이 의외로 낮다는 사실을 깨닫고 쿼티 키보드로 바꿨다.
최초의 개발 모델은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의 ‘쿼티 케이스’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모델이 쉽게 바뀌다 보니, 스마트폰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단말기로 출시됐다.
Q.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출이나 판매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나.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에 수출하려고 했는데 전시회가 모두 취소되니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다. KOTRA의 도움으로 일본에 수출하거나 비영리 시각장애인 단체 등에 많이 소개해주긴 했지만, 팬데믹이 좀 사그라들어야 수월해질 것 같다.
그동안 우리 제품의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보니 경제적 약자들은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 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에 등록되면서, 내년부터는 보조금이 지급되니 좀 더 구매하기 쉬워질 전망이다.
최 대표는 디아이전자의 슬로건이 ‘accessibility for all’, 모두를 위한 접근성이라고 소개했다. “장애인들이 정보에 대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개발을 계속해나가겠습니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