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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의 '생명'] 꼰밍아웃의 시대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라떼’를 말하는 것처럼 꼰대는 없다고 한다. 그래, 서울에 살았지만 나 때는 자가용도 별로 없었고, 신촌에서 광화문 갈 때 문안 간다고 했었어. 바나나? 수입산으로 특별한 날 겨우 사먹었지. 음식 버리면 야단맞았고, 전기나 수돗물 절약은 당연했어... 이런 말하면 이제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는데 ‘역시 늙으면’이란 소리를 듣는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눈치 없는 꼰대로서 퇴출 대상이다.

 

맞아, 이번 정부에 들어서서 각종 경제 지표로 선진국이 되어 국제사회 일원이 되었다. 그런데 선진국의 의미는 무엇일까? 배부르면 선진국? 여전히 지구 어딘 가엔 먹을 것이 없고 변변한 주거 시설 없이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선진사회에서 풍요롭게 사는 이들보다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다. 그들은 절약하려 해도 절약할 거리도 없다. 특정인이 선량한 사람인지는 그가 능력을 가졌을 때 나타난다. 권력과 재산을 가졌을 때, 주변에 갑질하지 않고 나누며 함께 하는 이가 진정 선량한 사람인 것처럼, 능력이 없는 이들 중엔 선량으로 포장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이들은 재산이나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과거 겪었던 갑질이나 돈 자랑을 주변 약한 사람들에게 반복한다.

 

과거 조국 장관의 재산이 알려지자, 부자가 어떻게 진보좌파의 주장을 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 있었다. 가난하고 없는 이들만이 진보좌파라는 착각은 주류 기득권에 있는 이들이 진보좌파는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의 것을 힘도 들이지 않고 빼앗아가려고만 한다는 식의 발상과 다르지 않다. 어느 쪽이건 특정인의 가치 기준을 단지 물질적 소유의 양으로만 파악하는 지극히 이분법적이자 옹졸한 사고방식이다.

 

다양한 계층과 상황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누구나 동일하게 살아가거나 행동할 수는 없다. 각자 위치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되, 양극화 극복을 포함해 주변의 힘들고 소외된 이들을 잊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권력이나 재산, 기득권을 가졌음에도 사회공공성을 강조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는 건강해진다. 그렇다면 풍요로운 선진국일수록 꼰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물론 풍요로운 사회에서 빈한하게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입지 않고 살라는 말은 아니지만, 소비할 것이 많아 풍요로울수록 절약할 것은 절약하고 한정된 지구 자원을 생각하며, 지구상의 헐벗고 힘들게 사는 이들에 대한 일종의 책무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인 우리사회에서 단지 풍요로움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시류에 흘러가는 것일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내 이웃에, 내 주변에, 더 나아가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며, 절약할 것은 절약하고 나눌 것은 더욱 나누는 자세야말로 선진사회의 모습이다.

 

풍요로운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안락해졌다는 것 외에도 주변과 나눌 수 있게 되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눈앞의 풍요로움만을 볼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에게 과감히 눈을 들어 더 넓은 곳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역할을 꼰대가 해야 된다면 꼰대는 더욱 꼰대다워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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