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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산책] 어느 시민의 남가지몽(南柯之夢)

 

어느 시민은 필자다. 개인적으론 무심하게 치른 선거였지만 그렇다고 바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번이 정치구조와 의식의 개혁이 일어날 적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후보가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이 아니고 후보가 되기까지 민주당 주류의 지지 없이 본인의 경쟁력만으로 후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민주당 주류세력과 큰 연이 없어 차제에 민주당의 구태가 개혁될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아 태어났고 국민들은 총선에서도 힘을 실어주었다. 그럼에도 부동산, 조국 사태 등을 보면 소통능력 부재가 심각해 보였다. 민주당 주도세력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보였다. 문빠 등 비합리적 지지세력이 여론을 호도하는 게 안타까웠고, 기득권자가 돼버린 586 운동권 세력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보였다. 인사를 보면 합리적 중도세력의 포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 중도보수 내지 좌 지향적 보수이다. 정의당이 진보다.국민의힘은 우편향 보수세력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몰표가 특정지역은 진보고 특정지역은 보수라고 말할 수 있나? 그냥 당의 뿌리와 지지기반이 거기인 것뿐이지. 이 후보가 다소 포퓰리즘 성향이 보이고 친노동적 성향이 우려되었지만 그래도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랬다. 국민의힘은 더 반성하여 정치공학적 셈법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설계능력이 생기고 제대로 된 정치인이 양성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했다. 바른정당의 뿌리내림이 건강한 보수로 이어지길 바랬는데 결국 도로 수구당으로 회귀되는 것을 보고 아직 국민의 바람이 여기까지였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결국 진보 보수가 아니라 해당 정당이 뿌리내린 지지기반이 정치의식을 가뿐히 넘어서는 결과로 해석되었다.

 

투표율 x 각 후보 득표율은 해당 후보에 대한 전국민적 지지도를 보여준다. 언제라도 20-25% 정도의 기권층 무관심층이 있다. 이번 윤 당선인이 얻은 비율은 37.4%로 1980년대 이후 대선 지지율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39.1% 에 이어 2위다. YS는 34.4% DJ는 32.5%, 노무현 전 대통령 34.6%, MB 30.7%, 문재인 대통령 31.7% 다. 통계를 보면 말뚝 정치가 보인다. 특정 정당의 옷을 입고 나오면 그 후보가 말뚝이어도 대략 30% 정도의 고정표를 갖는다. 어떤 선거든 이런저런 이유로 기권하는 비율이 대략 20% 남짓이니 결국 중도적 20%의 판단이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얻은 표가 YS, DJ, MB 등 누구보다 높은 것은 윤 당선인의 능력과 노력이 아니다. 오히려 검증과정에서 제일 뒤떨어짐이 돋보였던 후보다. 그럼에도 높은 비율로 당선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20% 세력의 마음을 이동시킨 결과다. 대선 후 검찰개혁을 제대로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평하는 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을 접하고 이러다 민주당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판단하고 자기 혁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국민의힘에서 당선자가 나온 게 국민의힘이 더 뼈를 깎는 노력을 해 합리적 보수세력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인, 정치 집단의 건강한 합리성과 20% 중도층 안에 깨어있는 국민이 좀 더 늘었으면 하는 꿈을 꾸다가 선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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