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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산책] 라이언 일병 구하기

 

금융은 필요하지만 꼭 은행은 아니다. 1994년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무서울 정도의 혜안이다. 미디어로 치환하면 좋은 콘텐츠를 보고 싶지만 반드시 지상파 방송일 필요는 없다가 된다. 플랫폼 혁명에서 시작한 생태계 변화는 유통, 금융을 넘어 미디어까지 변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방통위 조사를 보면 10대는 일상생활의 필수매체로 스마트폰 96.9%, TV 0.1%, 60대는 스마트폰 44.1%, TV 54.3 % 를 꼽았다. OTT이용률은 2019년 52%에서 2021년 69.5%로 급상승했다. 넷플릭스 이용률도 19년 4.9%,20년 16.3%,21년은 24%가 되었다. 

 

기존 방송 내부를 들여다보면 현재 150여 개 유료방송채널 중 대부분이 영화, 드라마, 스포츠, 음악, 오락 채널이다. 다큐채널이 몇 있지만 지상파 다큐를 구매 편성하는 채널일 뿐이다. 보도, 교양, 오락이라는 방송법상의 거시적 장르에서 교양이라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KBS의 문제는 보도가 야기한 이미지에 있다. 정권과의 관계에서 진보, 보수가 바뀌어도 친여적 보도 태도가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훼손해 그 상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유료방송채널이 하지 못하는 대하역사극, 정통 다큐, 탐사보도, 국제시사보도 등 뛰어난 프로그램이 있어도 그 가치보다 얼룩진 상흔이 KBS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2021년 전체 가구시청률은 KBS1 4.2%, KBS2 2.9%, MBC 2.2%, SBS 2.9%, TVN 1.5%이다. 25-49 개인 시청률을 보면 KBS1 0.56%, KBS2 0.73%, MBC 0.86%, SBS 1.09%, TVN 0.83%이다. 지상파 방송, 특히 KBS는 중장년 방송이다. 이대로 20년 흐르면 KBS는 주시 청계층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KBS가 왜 이렇게 젊은 세대와 가까이 못하는지 KBS 전 구성원이 반성해야 한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 넘어가 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쉽게 해결될 거 같지는 않다. KBS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더 내야 하냐는 국민적 여론도 일부 있고(시청률을 보면 안 본다는 것은 거짓말 같은데…), KBS를 손안에 쥐고 놓기 싫어하는 진보, 보수를 막론한 정치권도 있다. 다 KBS의 몫이다. 상당 부분 자승자박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공사업체들처럼 KBS도 인력과 조직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항상 아쉽다. SBS와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이젠 지상파만 있던 시절 주장하던 공공성과 공익성의 외피만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는 없다. 디지털 환경 속의 공영방송과 공공성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구조와 사업체계를 갖추고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년세대로부터 외면받아서는 미래가 없다. 이를 위해서 젊은 의사결정체계를 갖추어야 함은 당연하다. 공익성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산업적 토대가 배치된다는 구시대적 발상도 버리자. 

 

라이언 일병은 전쟁 중 먼저 전사한 세 형 때문에 특공대의 목숨을 희생하고도 구해야 하는 귀국대상이 되었다. 조국을 위해 목숨마저 헌신한 가족에 대한 국가의 존중과 배려다.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한 명분은 KBS 가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라이언 일병은 귀국을 거부하고 결기를 다졌다. 

 

이러한 모습을 KBS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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