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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고 음악 들으며 책 사이로 산책…가평군 '청평중학교 도서관'

한 해 15여 개의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학생들 '활짝'
청평중학교 도서관 내 공연·전시무대·수업공간 공존
미디어 수업 통해 뉴스 구조 분석과 가짜 뉴스 가려내기

 

가평군 청평면에 위치한 '청평중학교 도서관'은 매 학기·달마다 다채로운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자석같은 이끌림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총 240여 명(1반 약 25명·전체 9학급)의 재학생을 둔 청평중학교는 매우 오랜역사를 두고 있다. 1949년 10월 3일 사립청평중학교를 설립하고, 1954년 7월 7일 공립청평중학교 설립 인가를 받았다. 1978년 3월 1일 청평공업고등학교와 분리하고 1980년 3월 30일 현재 위치로 학교교사를 이전했다.

 

청평중학교 도서관은 2020년 1억여 원을 지원받아 복도를 사이에 두고 있던 특수 학급과 도서관 벽을 허물고 새 단장했다. 이후 휴식·공연·수업·독서·공부 등의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이곳은 현재 장서 1만 9000여권을 보유 중이다.

 

한적한 산속에 둘러 쌓인 청평중학교 1층에 들어서자 쉬는 시간을 맞이한 학생들이 여유를 즐기기 위해 하나 둘 운동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선이 닿은 곳은 교실을 관통하고 있는 오른쪽 복도 끝. 해리포터의 어느 숨겨진 방처럼 나타난 도서관에서 정혜주 사서교사와 학생들이 환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반갑게 기자를 맞아줬다. 

 

◇복도 품은 도서관, 그 속에 담긴 이야기

 

"공공 도서관에서는 부자든 노숙자든 모두가 평등한 시민으로서 존재한다. 학교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어야 한다는 정혜주 사서교사의 가치관처럼 그가 학교에 부임한 뒤 청평중학교 도서관은 쉴 새 없이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정 사서교사는 "아무리 유익한 일이어도 재미가 없다면 꾸준히 하기가 싫어진다"며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의 도서를 구입하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도서관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4월의 청평중학교 도서관은 장미꽃으로 만개했다. 정 사서교사는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이해 행사 기간 동안 대출자에게 장미를 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어 도서관에서 소장 중인 만화책의 말풍선을 채우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이 독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학습 독서'를 강조했다. 정 사서교사는 "'책과 저작권의 날' 행사는 전교생 절반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매우 좋았었다"며 "독서에 흥미를 가진 다음, 깊이 있게 책을 읽고 원하는 정보를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 한켠에 마련된 교실 한 개 크기의 미디어 수업 공간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Midea Literacy, 다양한 형태의 메세지에 접근해 분석·평가·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 수업이 진행된다. 뉴스 위주로 교육되며 뉴스 구조 분석과 가짜 뉴스 가려내기 등의 수업이 이뤄진다. 

 

 

정 사서교사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은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는 말처럼 청평중학교 도서관도 민주적인 방식으로 계획됐다.

 

언뜻 보면 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청평중학교 도서관은 학생회와 여러 교사 의견이 반영된 4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서가 ▲모둠 학습 공간 ▲공연·전시 무대 ▲도서관 활용 수업 등에 필요한 수업 공간이 마련돼 있다.

 

특히 공연·전시 무대의 관람석 책상의 경우 졸업생들이 직접 제작·페인트칠까지 하는 등 공간 곳곳에서 학생들의 손길이 오롯이 녹아있었다.

 

◇코로나19에 놀 거리 잃은 학생들, "도서관으로 모여라"

 

최근 학교 도서관은 조용히 공부하거나 책 읽는 공간에서 구성원이 함께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에 정 사서교사는 한 해 15여 개에 달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준비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외부 활동이 제한된 학생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 주었다.

 

 

지난달 책과 저작권의 날(4월 23일)과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점자 책갈피 만들기'를 진행했다. 점판과 점필을 이용해 투명 스티커에 점자로 단어를 쓰고 책갈피에 붙여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점자 책갈피를 만드는 활동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점자 책갈피를 꼽은 성유진(16)양은 "3년동안 했던 도서관 프로그램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면서 "처음에는 점자를 잘 몰라서 어려웠는데 직접 제 이름을 새기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점자를 이해하니까 새로웠다"고 말했다.

 

도서부로 활동하는 김민정(16)양은 계속하고 싶은 활동으로 '청평중 도서부가 추천하는 책 책자 배포'를 꼽았다. 민정 양은 "책은 늘 새로운 상상을 펼치게 하는 등 지식적 도움이 컸었는데, 이런 걸 기반으로 책자를 만드는 게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사람들한테 책 추천하는 여러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외 활동으로는 ▲배려 북 큐레이션 ▲가을은 필사의 계절 ▲낙엽 한 장에 시 한 편 ▲도서관 삽화 그리기 대회 ▲독서 기록 사진대회 ▲선생님 추천 도서를 읽고 편지로 화답하는 스승의 날 행사 ▲여름방학 책 빙고 ▲매일매일 도서관 퀴즈 ▲책으로 뉴스 보기 대회 ▲책 권하는 도서관 엽서쓰기 대회 ▲철학의 날 행사 ▲소그룹 독서모임 등이 있다.

 

[인터뷰] 청평중학교 최미영 교장

 

최미영 교장 "도서관 자주 찾아와 넘치게 즐겼으면"

 

 

"학생들에게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습니다."

 

청평중학교 최미영 교장은 독서 가치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상기된 표정으로 이 같이 답변했다.

 

과거 국어 교과를 담당했던 최 교장은 학생들이 활자와 멀어진 요즘, 학교 독서 교육이 가야 할 방향성에 '자연스러운 독서 환경 노출'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최 교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책장에 꽃아놓은 수많은 책 가운데 '빨간 머리 앤'을 마주했던 그때의 설렘과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며 "이런 경험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독서 환경에 학생들을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평중학교 도서관이 학생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장은 "학생여러분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커뮤니티 공간인 만큼, 자주 찾아와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넘치게 즐겼으면 한다"고 말을 끝마쳤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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