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20년 선배님인 한 한의사 원장님은 거의 매일 아침 공원에서 태극권을 오랫동안 지도하셨다. 그 선배님의 이른 아침 태극권 모임에 참여하게 되며 부지런히 운동하는 몇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의사 한분이 계셨다. 식이요법과 아로마요법 등으로 자신을 치료하던 중 류머티즘에 효과적인 운동으로 알려진 태극권을 배우려고 수소문하였고 이 모임에 참여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간도 열심인 분이었다. 선배 원장님께 태극권과 함께 한약과 체질침 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호전되어 체질침 전도사를 자처하셨던 열린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태극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기공 중 하나이다. 사실, 기공이란 용어는 넓은 스펙트럼의 개념이다. 철학적 혹은 종교적인 관점, 혹은 기공을 수행하는 유파에 따라 기공을 수련하는 방법, 동작, 목적이 다르기에 설명이 달라진다. 기공에 포함되는 여러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존재하였지만 기공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근래이다. 1950년대 의료계에서 유귀진이 저서 (기공요법실천)에서 “기(氣)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의 호흡을 통한 의념(意念) 활동을 뜻하며 공(功)이란 이를 바른 자세로 꾸준히 연마하는 것”라고 기공을 정의하였고 그 후 중국 정부에서 장려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현재 중국 정부는 1000여 종의 기공을 태극권을 포함한 10개의 공법으로 정립하여 연구하여 전역에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에서는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 한의사회가 추진하는 65세 이상의 치매 전 단계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르신 건강증진사업에 기공이 포함되어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태극권을 포함한 기공은 류머티즘을 포함한 근골격계뿐만 아니라 신경계통, 심혈관계, 호흡계, 내분비계, 만성 난치성 질환까지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기공의 효능은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한의학에서 자연이란 큰 우주 안의 소우주인 인간의 몸은 기로 표현되는 매체, 생명에너지로 연결되어있다. 인간은 불변하는 물질이 아니라 서로 감응하는 생명체로 운동하는 관계 속의 존재이다. 우리의 손과 발은 단순히 움직이는 로봇과 같은 물체가 아니라 느끼고 감각하고 신체의 내부와 외부로 감응하는 유기체란 것이다.
이 이치는 현대에서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에서 만난다. 이는 인간의 정신이나 마음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몸을 통한 감각적인 체험을 기반으로 형성되며, 우리의 일상적인 인식 과정의 95퍼센트 이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 95퍼센트가 모든 의식적 사고를 형성하고 구조화한다는 인지적 무의식을 말한다. 이러한 신체화된 마음은 기공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으로 몸을 수단으로 삼아 마음을 조절한다는 의미를 재확인한다. 기공은 신체화된 마음을 수련하여 마음과 몸을 기른다.
기공은 이렇게 생명을 기르는 움직임, 양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