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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는 핵' 확장억제에 핵 명시…'北 핵선제공격' 위협에 강수

한미정상 공동성명, 유사시 美제공 전력에 '핵·재래식·미사일방어' 구체화
北이 적대시정책으로 꼽는 전략자산은 적시 전개·연합훈련은 더 확대

 

한미 정상은 선제 핵 공격 가능성 수위를 최근 급격히 높인 북한을 억제하고자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단 중 하나로 '핵'을 못 박는 강수를 뒀다.

 

'핵에는 핵'이라는 대응 방식을 사실상 천명한 것으로, 위협 단계를 끌어 올리는 북한에 공고한 한미 연합 대응 태세를 과시하는 동시에 강력한 대북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국가 근본이익 침탈 시도'에도 핵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전술핵을 탑재하고자 소형 핵폭탄 완성을 위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 확장억제 수단을 구체화한 것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확장억제' 수단(전력)으로 '핵·재래식·미사일 방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양국 국방부 장관이 매년 주관하는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이런 표현이 담긴 바 있지만, 정상급에서 이를 명문화하기는 처음이어서 명료한 대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에 국가안보실은 "대북 억제 메시지와 대국민 안심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 공동성명에 명기됨으로써 앞으로 유사시 미국의 핵 전력이 한반도나 그 주변에 전개하는 방안이 실효적인 액션플랜으로 도출될 수 있게 됐고, 이런 액션플랜은 곧 재가동할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2016년 12월 출범한 EDSCG는 한미 외교·국방당국이 확장억제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로,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의 남북 화해·비핵화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18년 1월 2차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이를 재가동키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최고위급에서 '핵'을 공동성명에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것은 최근 북한의 핵 위협 공세 강화와 관련 있다고 해석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 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중략)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상대 공격을 억제하는 '억지전력'으로만 두지 않고 평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공세적인 '핵 독트린(교리)'으로 해석됐다. 이는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공언을 거둬들이면서 유사시 핵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발언이다.

 

그에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김 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했는데 북한 매체는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한다고 주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전술핵 탑재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술핵무기는 최전선 포병부대에서 운용한다고 밝혀 단거리급 핵 투발 수단을 광범위하게 배치할 계획임을 공개했다.

 

북한이 실제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할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했는지는 확인되는 바가 없지만, 중단 없이 이를 추진해왔고 실험을 거듭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의 선제타격 시사 발언과 맞물려 실질적 위협은 계속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한미 정상은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함으로써 북한의 선제타격 발언에 버금가는 수준의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확장억제 수단에 핵을 명시적으로 포함한 것은 국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한미 '핵 공유' 내지 '주한미군 전술핵 배치' 주장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두지는 않지만, 유사시 전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가 한국에 핵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비확산' 정책 의지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한미 정상은 북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대응하는 연합훈련 필요성과 미측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 방안도 다뤘다.

 

북한이 핵 사용 문턱을 낮추고 있는 만큼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 연합훈련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양국 정상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북한 핵 사용을 상정한 연합작전계획(작계) 수립 절차를 진행 중인데, 이 작계가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핵 공격 대비 연합훈련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한미는 미국 3대 장거리 폭격기 B-52H, B-1B, B-2를 비롯해 항공기 70여 대를 탑재하는 '떠다니는 기지' 핵 추진 항공모함, 사거리 2천500㎞에 이르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핵 추진 공격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 방식도 조만간 구체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확장억제에 핵 명시, 북핵 대비 연합훈련,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에 대해 미국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러브 레터'를 바라거나, 김정은과 악수에 목말라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화려한 정상회담 방식의 대북 정책은 시효를 다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화려한 정상회담 방식의 대북 정책과는 접근의 결을 달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이에 노훈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은 "북한도 (선제타격을 시사하는) 선언적 발언을 해둔 상태인 만큼 한미 대응을 유심히 살펴보고 핵 운용 정교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이런 부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오키나와에서 출발한 미국 RC-135 '코브라볼' 정찰기가 이날 오전부터 동해 상공에서 비행하는 항적이 포착됐고, 주한미군 정찰기 RC-12X(가드레일) 2대도 수도권 상공에서 항적을 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