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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예술기행] 폴 고갱과 퐁타벤

 

'노랑예수'. 폴 고갱(Paul Gauguin)의 그림이다. 퐁타벤(Pont-Aven) 트레말로 성당의 나무 예수상을 보고 그렸다. 2년에 걸쳐 완성된 '노랑예수'. 19세기 프랑스 북부에서 펼쳐진 예수의 수난과 그 곁을 지키며 기도하는 브르타뉴 여인들의 모습이다. 예수의 강한 윤곽선과 평면적 구성, 여인들의 독특한 음영. 인상파와 결별한 새로운 풍이다. 노랑, 주황, 녹색의 가을 팔레트는 예수의 형상을 압도하는 노랑의 메아리로 울림이 크다.

 

 

프랑스 브르타뉴지방의 퐁타벤. 볼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밀감익기에 좋은 온화한 햇빛, 저렴한 생계비, 풍부한 현지소재. 가난한 예술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이유다. 고갱이 퐁타벤을 처음 방문한 건 1886년. 그 후 다시 찾아와 4년간 머물렀다. 야생의 마을이자 원시적인 곳. 고갱은 이런 퐁타벤을 무척 좋아했다. “화강암 위를 걷는 내 장화 소리를 들을 때, 난 그림에서 찾고자하는 은은하지만 강력하고 불투명한 소리를 듣는다”라고 표현했다.

 

그만의 스타일을 찾아 세계를 헤매던 고갱. 퐁타벤에서 급기야 그 꿈을 이룬다. 갑갑한 도회지생활을 벗어던지고 순수성과 고결성을 찾아 이곳에 왔다. 신선한 공기, 이국적 방언, 전통적 의상과 풍습, 천주교에 대한 주민들의 열정. 검은산에서 내려오는 구불구불한 작은 강, 화강암의 큰 바위들, 급류에 서있는 풍차들, 시끌벅적한 야시장들. 상인들은 아벤강 다리 위에 시장을 형성하고 꼬숑 광장에는 상설시장을 세웠다. 밀물과 썰물의 여파는 작은 강을 리아스식 해안으로 둔갑시켰다. 이 모두는 고갱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영광으로 인도했다.

 

 

21세기 퐁타벤. 인걸은 간데없고 산천은 의구하다. 구불구불한 세 개의 산책로, 그중 브아 다무르( Bois d’Amour)는 고갱과 화가들이 즐겨 노닐던 곳이다. 아벤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넓은 너도밤나무 잎새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가로수길. 그 위로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는 연속해서 이어진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 그리고 글로아넥(Gloanec) 여관도 현존한다. 고갱은 여기서 네 번이나 머물렀고 돈이 있을 때만 여관비를 냈다. 너무 가난해 화구를 사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모습의 편지도 남아있다.

 

이런 역사는 퐁타벤을 프랑스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었다. 거기에 평온한 물이 흐르는 긴 강과 벽에 걸려있는 수많은 화병 속 꽃들, 정박된 배들과 요트는 한 폭의 그림 그 자체다. 어디 이뿐인가. 퐁타벤의 명물과자 퐁타벤 갈레트의 구수한 냄새와 브르타뉴의 크레프 요리. 군침이 솔솔 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 국제선을 타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해방감에 올 여름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날 요량이라면 프랑스의 퐁타벤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시라. 고갱과 퐁타벤파들의 자취를 따라 산책을 하고, 그러다 지치면 성벽에 올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브르타뉴의 멋진 광경들을 만끽할 수 있다. 퐁타벤은 평온의 땅, 브르타뉴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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