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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 산책] 정치인, 정치지도자 그리고 말

 

정치는 언어의 예술이다. 언어는 사유의 결과물이기에 언어가 빈곤한 사람은 사유가 부족하다. 요즘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화제다. 소통을 위한 적극적 자세가 신선하고 좋아 보인다. 지난 정부의 대국민소통은 답답했는데 이번 정부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의도만큼 탈도 많다. 

 

정치인 모두를 지도자라 부르진 않는다. 내 기준으론 당 대표급이거나 대선 후보급 정도는 돼야 정치지도자라 부른다.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지도자다. 2017년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주요 사안을 국민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대통령을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오는 시간이 갈수록 쌓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더 심했다. 방미 중 성추행 당사자인 윤창중 대변인의 경질을 알리면서 홍보수석은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한다”라고 발표했다. 사과해야 할 사람이 사과받는 신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치인의 말에 멋과 여운과 품격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정치지도자에게 언어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도 그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오바마는 임기중 연평균 20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150회 정도의 기자회견을 했다고 한다.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기자회견이 10여 회를 넘지 않을 정도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즐기지 않았다. 많은 소통을 할 때 정책과 민심이 이반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본인의 다짐대로 현 정부 들어 새로 시도된 게 도어스테핑이다. 대통령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국민 앞에 수시로 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거친 화법과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문제다. 한두 번 일 때 실수지 자주 반복되면 자질에 대한 의심이 확신이 되고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 분명한 것은 도어스테핑이 약식이라 해도 보고 듣는 사람이 기자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점이다. 기자회견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검찰편중인사 지적에 “과거엔 민변으로 도배했다”, 장관 후보자 자질 질문에 “전정권에 지명된 장관 가운데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있나”가 답변이다. 사적 언어와 공적 언어는 구별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여야를 넘어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임을 망각한 발언이다. 지난 정부보다 더 잘하라고 뽑아줬는데 본인의 의사결정을 왜 지난 정부와 비교하여 정당화하려는지 답답하다. 지난 정부의 아쉬운 정책적 과오를 현 정부는 극복하고 미래를 위해 나가면 된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최고수혜자는 윤 대통령이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선후보 반열에 올라 바로 대통령이 되었다. 헌정사상 유일무이하다. 숙련기간을 거치지 않았기에 다소 거칠고 자질도 확인되지 않았고 철학도 빈곤하다. 그래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최고지도자다. 존중받아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 다만 그 자리에 걸맞은 품격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품격(品格), 사람의 품위와 가치다. 한자가 참 절묘하다. 품(品) 자는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品이 된다. 그 사람이 한 말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의 가치를 만든다. 언어의 품격 그래서 중요하다. 더욱이 정치지도자에겐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하는 말은 바로 국격(國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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