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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고용, 불안한 교육 만든다”…교육공무직 법제화가 해답

40만명 학교비정규직노동자 고용 불안 느껴
고강도 업무에 임금은 커녕 휴식조차 눈치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재계약 전전긍긍
학비노조 “노동자로서 신분보장을 받는 것”
도교육청 “업무 고충 따라 다양한 방안 검토”

 

“불안한 노동은 불안한 교육을 만듭니다.”

 

학교현장에서 만난 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체인력이 없이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28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교육공무직에 속하지만 이는 초‧중등 교육법에 법제화된 명칭이 아니다.

 

교육공무직이란 교육계에서 공공업무를 담당하는 직종이다. 즉 교사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교무실무사, 행정실을 지원하는 행정실무사, 과학행정을 돕는 과학실무사, 사서, 조리, 미화, 운전 등 이 있다.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이 있지만 학교현장 대부분이 시간제계약직, 기간제계약직 등 비정규직이다.

 

실제 급식실 노동자들의 90%이상은 골병이라고 불리는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화상사고 등의 위험을 겪고 있다.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 일해 폐질환에 걸려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학교도서관과 상담소 등에 전문인력은 여전히 배치되지 않고 있으며, 초등스포츠강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상시전일제 근무를 하는 강사 직종이 겪는 고용불안은 더욱 심각하다.
 

조선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회용 물티슈처럼 한번 쓰고 버려지고 있다”며 “저임금으로 고역을 치르고 있지만 재계약을 못할까봐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하루 이틀 사이에 부각된 것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공공부문 중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학교다. 인원만하더라도 총 40만명이다.

 

학비노조는 교육공무직이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해 비정규직 설움을 받으면서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적으로 신분과 처우를 규정하지 않아 고강도 업무에 처해져도 마땅한 임금은커녕 제대로 된 휴식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이들은 애초에 대화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 다는 것. 학교에서 급식노동자로 일하는 고지은 씨(50세)는 “많은 학교들이 현대화를 추구하며 리모델링을 하고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쉴 수 있는 환경은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면서 “휴게실은 창고를 개조해 공간이 열악하고, 땀 흘리고 일해도 씻을 수 있는 샤워실 조차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조리실에서 근무하던 중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었으나 인력에 여유가 없어 병가를 낼 수 없었고 결국 상처가 깊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측은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원인을 부주의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로인한 산업재해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조 사무처장은 “부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는데 부주위로 치부하고 은폐한다”며 “학교 관리자는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것이 자신과 학교에 불이익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정규직 전환이나 높은 임금이 아닌 교육공무직이 초‧중등 교육법에 명시돼 노동자로서 신분보장을 받는 것”이라며 “현 세대의 노동자만이 아닌 후대의 노동자들이 적합한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하면 교육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등돌봄전담사로 일하는 이경란 씨(가명·45)는 “정부의 지침만으로는 현재의 불안한 학교 고용현장이 바뀌지 않는다”며 “정부의 지침이 아니라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시지속적인 업무의 경우 처음부터 무기계약 고용을 확립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단체협약을 체결중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노사협력과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매주 수요일마다 만나 업무별 고충과 개선 사항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한 만큼 처우 개선과 임금 교섭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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