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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의 관규추지(管窺錐指)] 무도불측, 윤석열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몰랐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건 확실하니, 그저 윤 대통령이라 불렀고, 속으론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자라고만 여겼다. 이제 분명히 알겠다. 그는 무도불측한 자다.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무도불측하다는 엄연히 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말이나 행동이 도리에 어긋나 막되기가 이를 데 없다는 의미. 허구한 날 마누라며 애들을 두들겨 패거나, 노름판에 주색잡기에 골몰하여 집안을 돌보지 않는 자가 있으면 그렇게 불렀다. 사람 같지 않은 놈. 무도불측한 자는 사람의 도리를 모르는, 금수만도 못한 자를 지칭하는 단어다. 내가 어릴 적엔 이 말만큼 심한 욕이 없었다.

 

그는 금도를 모르는 자다. 금도는 襟度라 적고, 남을 포용하는 아량을 뜻한다. 금(襟)은 옷깃 금이다. 우리가 옷깃을 여민다고 할 때, 찬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기도 하고, 순국선열을 기리며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르게 하기도 한다. 금도란 옷깃을 여미는 마음을 가리킨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금도라 부르는 게 아니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따라야 하는 도리를 지칭한다. 특히 정치인으로 행세하는 자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 바로 금도다.

 

그가 무도불측하며 금도를 모르는 자라는 판단은 그동안 그와 처가 권속이 저지른 숱한 불법과 범죄, 불의와 부정, 편파와 무능, 차마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악한 발언과 행동의 결과지만, 최근 뱉은 두 가지 언행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종북좌파와 협치할 수 없다는 발언과 제1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겠다는 검찰의 막무가내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본인도 아차 싶었는지, 부랴부랴 수습하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그 발언이 더 가관이다. 종북좌파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이냔 기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것”이라며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궁예의 관심법 정치라고나 불러야 할 것이다. 내가 보니 넌 종북좌파야 하면 종북좌파가 되고야 마는 공안부 검사의 인식이다.

 

대통령을 내각 수반 정도로 생각한다면 이런 생각이 용납될 수 있을까? 그것도 어려울 것이다. 행정부 역시 고도의 정치행위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를 수행해야 하는 자리다. 정치란 결국 내 생각에 반대하는 자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목표에 다가갈 것인가란 문제다. 윤 대통령이 협치라 불렀지만, 양보와 타협으로 가는 길이 있고, 상대방을 탄압하고 말살하는 방법도 있겠다. 제1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고, 이재명과 문재인을 기어이 구속하고자 하며, 민주당 세력을 종북주사파라 부르며 협치할 수 없다는 발언은 독재하겠다는 선언이다. 그가 좋아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름으로 끌어내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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