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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마지막 열차를 탈 수 있을까?

  • 최영
  • 등록 2022.12.01 06:00:00
  • 13면

 

그저께 저녁 나는 부산신항만으로 가는 화물열차를 운행할 예정으로 출근했다. 예정대로라면 30량 전후의 수출용 컨테이너화물을 거대한 부두로 몰고가서 한 켠에 있는 철도전용선(철송장)까지 밀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다시 기관차로 철송장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수입컨테이너를 수십량 물고 전국 각 지역으로 운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저께 근무를 할 수 없었다. 화물연대파업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던 물류의 한 축이 빠지자 철도운행까지 영향을 끼쳐 일부 열차의 운행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올 12월말로 퇴직예정인 철도기관사다. 12월 근무일정표를 보니 12일만 근무하게끔 되어있다. 그야말로 말년이니 한 번의 근무마다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데, 12월2일부터 철도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파업이 얼마동안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나는 과연 퇴직 전 마지막 열차에 오를 수 있을까? 파업만 들어가면 앵무새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윤석열정권이기에 어쩌면 그 열차는 벌써 떠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떠나버렸을지도 모를 마지막 열차가 어디 나 뿐일까? 윤석열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해괴한 괴물을 되살렸다.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란다. 궁금하다. 화물운송이 그토록 국가경제에 중요한 일이라면 왜 그 일을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지 않는가?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현 운영 중인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합의해놓고 5개월이 넘도록 안전운임제 개정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외려 화물연대가 예고한 재파업을 이틀 남겨둔 22일 ‘안전운임제 연장, 품목확대 불가’라는 사실상의 합의파기안을 제시한 이유가 무엇인가? “안전운임제가 확대되면 노조의 세력확장이 우려된다”는 국토부 담당정책관의 말대로라면 화물연대의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목적하에 재파업을 유도한 것은 아닌가? 

 

이상민행안부장관은 “화물연대파업은 이태원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해서 조치해야 한다”며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화했다. 그야말로 참혹한 인식수준이다. 공권력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해 벌어진 이태원참사가 사회적 재난임을 인정하는건 다행이다만 사회적 재난은 파업이 아니다. 지금도 낮은 운임을 메우려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다 고속도로위에서 졸거나 심장마비로 쓰러져가는 화물운전자들의 가없는 현실이야말로 사회적 재난이다. 세상을 굴리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그 자체가 재난 상황이다. 그 재난을 막으려 만든 것이 안전운임제인데 이걸 강제노동이나 다를 바 없는 업무개시명령을 틀어막겠다고?  

 

철도노조는 인력감축중단과 민영화저지를 위해 열차를 세울 것이다. 지하철 등 다른 노동자들도 이어질 것이다. 현정권이 부자들의 세금은 깎고 무주택서민지원예산, 경로당 식비냉난방비 예산, 일자리안정자금예산, 장병복지예산 등 서민관련예산은 뭉텅이로 덜어내는 판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자꾸만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실어다 줄 다음 열차, 아니 마지막 열차조차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은 멈출 수밖에 없다. 거꾸로 이런 세상을 만들어놓고 지금도 정적사냥에만 몰두하고 희희낙락 주지육림에 빠져 똥인지 된장인지도 분간이 안되는 사람들에게도 편안한 미래로 태워갈 마지막열차는 진즉에 떠났는지 모른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는 법이 동서고금의 진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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