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최초 제기된 ‘경기도 분도론’이 36년이 지난 현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공론화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논의 부족, 선(先) 규제 해제 등을 이유로 일부 반대 의견이 제기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억측과 대립으로 어렵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염원을 이루느냐, 물거품이 되느냐.” 경기신문은 기로에 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36년만의 분주한 움직임…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
②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찬성 vs 반대’ 당위성의 대립
③각종 규제 묶인 경기북부㊤…특수성에 발목 잡힌 ‘발전’
④각종 규제 묶인 경기북부㊦…꺾이는 ‘의지’, 좌절만 ‘가득’
⑤“대립‧억측 멈추고, 미래세대 위한 북부 발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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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놓고 지금도 찬반 여론 대립이 팽팽하다. 하지만 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도약을 이끌 의제를 넘어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반대하는 주장으로는 ‘재정자립 우려’, ‘논리‧공감대 형성 부족’, ‘시기상조’, ‘특별자치도 난립’ 등 다양하다.
우선 특별자치도 설치의 열쇠를 쥐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기본 원칙과 형평성, 재원배분 효율성 등을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이다.
특히 재정부분에서는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지원하는 보통교부세는 한정돼 있는데 북부특별자치도 설치로 재원이 소요되면 다른 지역에 갈 몫이 줄어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행안부는 특별자치도 설치에 있어 목적성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 세종은 행정복합도시 등 특수한 목적이 있는데 반해 북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산업에서도 특별자치도 설치 이전에 북부지역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유리한 점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북부특별자치도 설치로 충북 등 다른 광역단체와 ‘특별자치도’ 이슈가 겹치고, 난립되는 상황을 보이면서 정부와 여론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우려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지금까지 북부지역이 하나의 광역단체로 거듭나지 못했던 이유가 드러난다.
북부지역이 남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단순 논리 이면에 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희생은 무시됐고, 경제적 측면으로만 접근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쳐왔기 때문이다.
70년 넘게 버림받고 소외된 것도 서러운데 앞으로도 반복된 삶을 살아가라는 말로 들리는 셈이다. 산업‧의료‧교육 등에서 소외받아 삶의 질 저하로 이어졌던 입장에서는 가혹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부정 여론에도 ‘긍정 효과’ 높아…“자생력 키울 기회 될 것”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도 전문가들은 북부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여러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개발제한구역법 등 각종 규제로 발전에 발목이 잡힌 북부지역의 자치권을 특별자치도 설치로 더욱 두텁게 해 규제 완화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북부지역은 수도권 규제에 따라 과밀억제‧성장관리권역으로 묶여 대학 이전, 인구 유발 시설 등은 들어설 수 없다. 공업 총량도 없어 기업 유치도 못하는 등 광범위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이정훈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부특별자치도가 되면 각종 규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거들이 법안에 좀 더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범위는 국회 합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상태보다 훨씬 문제를 풀어가기 좋은 동력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부지역은 현재 규제만 받고 정부 지원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남부와 북부의 통계를 따로 내게 되면 지역 격차가 명확하게 보이는 만큼 훨씬 규제 문제를 다루는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정자립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들을 내놨다.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고등학생에게 부모님이 지원해 주면 효율성은 올라도 자율성은 떨어지듯이 남부 예산 일부를 북부로 지원하면 자생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특별자치도 설치를 통해 북부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영원히 남부와 북부가 묶여 있으면 남부만 커지고 북부는 교부금만 받아 생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진세혁 평택대학교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북부가 남부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자립도는 전체 자주재원(지방세‧세외수입)을 단순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며 “재정자립도가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통해 북부지역이 가진 성장 가능성을 현실화 시킨다면 지역발전 촉진 등 선순환을 통해 재정상황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후된 곳이 많은 북부지역을 별도 독립해 자치권을 더 확대하면 기본적으로 재정권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분도 자체보다는 분도를 통해 재정권을 확대하는 방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 측면에서도 ‘긍정적’…장기적 관점에서는 ‘더 긍정적’
현재 경기북부지역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남부지역에 비해 4분의 1도 못 미치며 비율로도 남부는 82.4%, 북부는 17.6%다. 심각한 경제 불균형인 셈이다.
북부지역의 경제 불균형은 산업에서 소외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도권 규제에 따른 공업 총량제와 도로, 철도, 물류 등 부족한 산업기반으로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후 된 산업단지가 많아 생산성도 떨어졌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5년간 생산성 변화를 분석한 결과 남부 산단은 49.2% 증가한 반면, 북부 산단은 32.1%에 불과했다.
남부지역에 비해 산업 생산성이 떨어지다 보니 북부지역 1인당 GRDP가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북부지역의 산업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치권 확보와 제도적 추진 기반을 마련한 만큼 규제 해제를 통한 권역별 산업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세혁 평택대 교수는 “특별자치도 설치로 각 시‧군별 여건에 맞는 산업을 지역 특색에 맞게 반영해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지역 간 동반 성장을 통해 고양, 남양주 등 베드타운화 된 대형 지자체는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자치도 설치는 산업 이외에도 행정, 치안, 안전, 복지 등 모든 부분에서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 교수는 “경기도는 인구 1400만 명을 넘어선 대한민국 최대 광역단체인데도 서울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단절된 지리적 특수성으로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남북 분리를 통해 합리화를 추구해 주민 요구에 보다 적합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실질적인 주민 자치권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태현‧김한별‧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