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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지만 ‘스타’는 되고 싶어

뮤지컬 ‘시카고’
브로드웨이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
남편·내연남을 살해한 벨마, 록시의 이야기
화려한 조명, 관능적 몸짓 사이 사회 풍자 담아
8월 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ROXIE ROCKS CHICAGO(록시, 시카고를 뒤흔들다)’

 

내 이름으로 신문 1면을 장식한다면 어떨까. 배우를 꿈꾸며 유명인이 되기를 평생 기다렸던 ‘록시 하트’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비록, 내연남을 살해한 죄수로 실렸을지라도.

 

유흥으로 가득한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시카고’는 불륜 관계인 남편과 동생을 죽이고 쿡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보드빌(189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유행했던 노래, 춤 등을 섞은 쇼) 배우 ‘벨마 켈리’, 내연남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해 교도소에 들어온 록시 하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카고’는 현재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장기간 공연한 뮤지컬이다. 1975년 처음 뮤지컬화돼, 1996년 리바이벌을 거쳐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브로드웨이 공연 25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투어 공연이 코로나19로 미뤄지며, 지난해 10월부터 약 8개월간 북미 51개 도시 투어가 진행됐다. 지난달 27일부터는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오리지널 내한공연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중앙에 자리잡은 14인조 밴드가 눈과 귀를 사로 잡는다. 곧이어 흘러나오는 ‘시카고’의 대표 넘버 ‘올 댓 재즈(All That Jazz)’는 농염한 선율로 관객의 시간을 1920년대로 돌려놓는다.

 

벨마를 비롯한 쿡카운티 여 죄수들은 바람난 남편 또는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살인은 했지만, 난 무죄야.”

 

특히, 간수 ‘마마 모튼’을 매수해 유능한 변호사 ‘빌리 플린’을 선임한 벨마는 연일 신문에 등장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무죄 판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거액의 투어 공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때 록시가 교도소에 등장한다. 돈이면 뭐든지 다하는 빌리에게 록시는 아주 좋은 고객이 된다. 빌리는 록시의 지난 세월을 거짓으로 꾸며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 인기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다.

 

 

언론은 빌리에게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자극적인 소재,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받아쓰기에 바쁘다.

 

또 다른 살인 사건이 터지며 록시의 인기는 거품처럼 금방 꺼지고 만다. 사라진 관심에 낙담하는 록시와 이미 대중의 사랑을 록시에게 빼앗겼던 벨마는 각자에겐 자기 자신뿐이라며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외친다.

 

화려한 조명과 의상, 관능적 춤과 음악으로 무장했지만 ‘시카고’가 던지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카고’는 교도소에서 마저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살인까지도 무죄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보여 준다. 아무 죄책감 없이 ‘스타’가 되겠다는 벨마와 록시의 뻔뻔함은 놀랍기도 하다.

 

 

여기에 선정주의적인 저널리즘을 향한 비판의식도 담겨 있다. 진실과는 상관 없이 그저 살인, 불륜 등 자극적인 단어들로 버무려진 기사를 전달하는 언론은 뒤틀린 도덕관과 물질만능주의를 가진 사람들이 활개를 칠 수 있게 돕는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내용임에도 극은 지루하거나 처짐이 없다. 관객에게 직접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연출과 유머러스한 대사들로 140분의 러닝타임이 빠르게 흘러간다.

 

 

25주년을 기념하는 오리지널 내한 ‘시카고’는 8월 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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