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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호랑이 소녀’ 아만다 넬 유 감독

"변신 겪는 개인의 보편적인 이야기"
2차 성징 겪는 소녀, 사회에 의해 구분 지어지는 사람 모두를 위한 이야기
용감하게 자기 자신 찾기…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대상 수상

 

소녀 자판은 생리를 시작하고 신체에 일어난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한다. 주위 사람들은 자판을 공격하고, 학교생활도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 신체 변화와 함께 관계도 변하게 되는데, 자판은 자신에게 주어진 ‘변신’에 대해 ‘호랑이’로 변하기로 마음먹는다.

 

2일 경기신문 기자를 만난 아만다 넬 유 감독은 ‘호랑이 소녀’에 대해 ‘한 개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신을 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호랑이 소녀’는 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아만다 넬 유 감독과 나눈 이야기다.

 

- 영화에 대해 소개한다면?

굉장히 말도 안 되고 거친 영화인데, 영화를 보면 춤도 추고 싶고 힘을 얻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여성 관객 뿐 아니라 사회에서 넌 괴물이야, 넌 달라 라는 말을 듣는, 구분지어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 ‘호랑이 소녀’ 작품에 영향을 준 개인적인 경험이 있는지?

사춘기 때 2차 성징을 겪으면서 생긴 기억들이 생각해보면 그 때 거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갑자기 몸이 변하게 되면서 뭔가 불안해지고 ‘이게 정말 안전한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주변 사람들이 몸이 변하면서 ‘이렇게 크네, 저렇게 크네’ 라고 얘기했다.

 

신체적으로 뼈가 자라는 과정이 너무 싫으니까 스스로 약간 자해처럼 ‘더 이상 크지 않고 아무것도 안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약간 수치스럽고 내가 너무 싫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겪다가 결국엔 ‘이것도 나구나’ 하는 생각에 ‘이것을 포용해야겠다, 자랑스럽게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조사를 해보니 지금 아이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게 ‘보편적이 이야기구나’ 하고 영화를 만들게 됐다.

 

- 사춘기 시절에 많이 예민하다. 수치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

사실 이 수치심이라는 게 2차 성징을 하고 나서도 되게 부끄러운 지점이었지만, 성인이 돼서도 사회가 요구한 것에 맞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하다. 이런 부끄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결국엔 이런 부끄러움을 이기고 용기있게 나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 ‘호랑이 소녀’를 만들 때 주력한 부분은?

캐스팅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3명의 여자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그 친구들 뿐 아니라 학교에 있는 여자 학생들 전체가 중요했다. 주인공들을 캐스팅하고 영화 촬영 전에 1년 반 정도 연기 워크숍을 개최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서로 믿고 굉장히 편하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불안이나 고민, 경험들을 얘기했다. 서로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 보니 서로를 지지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영화 촬영 전부터 관계를 형성하다보니 영화에 이런 부분이 많이 녹아 있는 것 같다.

 

- 2차 성징 등 여성들이 많이 공감할 것 같은데 그런 부분도 고려를 하셨는지?

여성 관객뿐 아니라 어떤 정체성이나 이 사회에서 다른 성별에서 혹은 커뮤니티 안에서 넌 달라, 너는 괴물 같고 맞지 않아, 라고 얘기 듣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만들었다. 보편적인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라야 하나 고민하거나 구분지어지는 사람들 통틀어 얘기했다.

 

- 작품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른 영화랑 비교를 하다기보다는 독특한 작품이기도 하고 문화나 국적이나 이런 거와는 상관없이 보편성이 있는 이야기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갈등하고 또 그것을 극복해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 어느 날 몸이 변해버리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도 관련이 있는지?

변형, 탈피 등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굉장히 고전적인 작품이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누구나 겪는 2차 성징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변화가 일어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 주인공 자프린 자이리잘 배우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오픈 캐스팅을 했다. 200명 이상의 소녀들을 만났는데 아까 말했던 연기 워크샵에서 자프린이 항상 맨 처음으로 행동했다. 굉장히 재밌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스파크가 있는 연기자다. 몸을 움직일 때 남들하고 움직임이 굉장히 달랐고, 어딜가도 반짝반짝 빛나고 잊을 수 없는 소녀였다. 우리가 ‘원숭이’라고 불렀는데, 뛰어다니고 바운싱 하는 게 움직임이 좋았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점점 성숙해지는 걸 느꼈고, 가슴속에 열정이 있고 그걸 분출하려는 것이 보였다.

 

-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코로나 기간 동안 촬영하다 보니까 스탭이 중간에 빠지는 등 골치가 아픈 부분이 있었지만 배우들의 젊은 에너지로 이겨냈다. 정글에서 촬영했는데, 한번 홍수가 나니까 장비다 뭐다 올려놓고 촬영한 기억이 난다. 음식 저장고도 멀리 있어서 힘들었는데, 가족같이 끈끈하게 음식도 같이 나눠 먹고 폭포에서 수영하며 그 순간을 즐겼던 기억도 난다.

 

- 앞으로의 촬영 계획은?

일단 영화가 끝나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요즘 조사를 하는 것은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전 말레이시아가 식민지 시대였던 때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이야기다. 흑백 사진들 밖에 없는데, 말레이시아 역사를 그리고 싶다. 엄마이자 며느리, 아내이자 딸인 한 여성의 이야기다. 피도 나올 거고 판타지적인 요소도 들어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구상하며 쓰고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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