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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풀뿌리 체육활동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에는 여자야구 아시안컵 대회가 있었다. 아시아 12개 나라가 출전한 이 대회에서 한국 야구 여자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덕분에 월드컵 그룹 예선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남자 프로야구의 엄청난 인기를 생각하면, 야구 국가대표 대항전이라 꽤 화제가 될 법했다. 예상 외로 조용하게 지나갔다.

 

여자야구 아시안컵 1위는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보인 일본이었다. 세계 랭킹 1위의 벽은 높았다. 일본의 야구 수준이 한국보다 높은 걸로 정평이 나 있으니 이 정도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아쉬웠다. 언젠가부터 일본은 야구를 포함해서 다른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모든 종목에서 말이다.

 

축구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을 목표로 할 때, 일본은 16강은 기본이고 8강을 목표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남자배구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일본은 올림픽 8강에 진출했다. 많은 종목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량 차이가 보인다. 우리는 옆 나라와 이렇게까지 차이 나게 된 이유를 알고 있다.

 

일본은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 잘 구성되어 있다. 일본 중학생의 64%가, 고등학생의 42%가 운동부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운동부를 지원하며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일본 고등학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의 명 경기는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가끔 회자되곤 한다.

 

일본에서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다 재능이 보이면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무대를 뛰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학창 시절에 재밌게 운동하다가 나중에 그 종목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주력 운동 하나쯤은 갖게 된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만 프로 무대를 뛸 수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학생 때부터 시작하는 풀뿌리 체육은 한국에서는 어려운 일일까.

 

한 달 전이었던 6월 초에 학교 스포츠클럽 풋살 종목 대회에 지원단으로 다녀왔다. 초등, 중등, 고등으로 나뉜 리그에서 여자 친구들이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뭉클했다. 함께 지원단으로 있던 분들과 우리 어린 시절에도 이런 활동들이 있었으면 지금보다는 더 건강한 어른이 되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큰 부상자 없이 대회가 진행되어 다행이었다.

 

교육청에서 주관한 대회라서 메달이나 트로피 수여 같은 시상식이 계획에 따로 없었다. 깜짝 이벤트처럼 심판과 경기 감독관을 맡아주신 고양축구협회에서 어마어마한 시상식을 준비해오셨다. 1~3위 팀 전원 메달 수여, 우승컵과 MVP상, 감독상까지 화려한 라인업이었다. 아이들은 트로피를 들며 우승 세레머니를 하고, 메달을 깨무는 사진을 찍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길에 내년에 대회를 또 나오자고 결의를 다지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다.

 

아이들이 더운 여름 날 풋살장에서 뛰는 게 풀뿌리 체육활동이 아닐까 싶다. 클럽 소속이거나 선수 출신은 스포츠클럽 대회에 등록할 수 없었기에 왕초보였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날 대회에서 뛰었던 친구 중에 축구에 흥미를 느낀 아이가 있었고, 그 친구가 제 2의 지소연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스포츠클럽 대회가 훗날 고시엔 같은 대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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